2024. 3. 16 - 4. 5 | [GALLERIES] GALLERY MAC
배남주
[맥화랑]2024배남주_전시전경
<맥화랑 기획 “GALLERY MAC FOCUS(맥화랑 포커스)”>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그간 미술시장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맥화랑은 변화무쌍한 미술시장 속에서 시류에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작가들을 주목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트렌드나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천편일률적인 작업이 아닌, 10년 이상의 시간을 작업에 전념하며 전업 작가로서 올곧은 심지와 방향성, 진정성과 깊이감 있는 작업으로 재조명해야 할 작가들을 “GALLERY MAC FOCUS(맥화랑포커스)”를 통해 선보입니다.
[맥화랑]2024배남주_전시전경
<가변기억; 불확정적 상호작용으로부터>
맥화랑 기획전 “2024 GALLERY MAC FOCUS”의 첫 번째 작가는 배남주 작가입니다. 1985년생 배남주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평면 페인팅 작업을 통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이라는 개념에 주목하며 이항대립적 상황을 부정하는 ‘중간’의 성질인 ‘불확정성’을 시각화합니다. 행복과 불행, 죽음과 탄생, 안과 밖, 빛과 어둠, 현실과 이상의 중간과 같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는 불명확한 그 ‘사이 공간’에 매료된 작가는 ‘중간’의 개념을 ‘대안적 이상 세계’로 설정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회화적으로 풀어냅니다.
배남주, 가변기억4, 162.2×112.1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이러한 배남주 작가의 작품세계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론적 사고와 유사합니다. 이성 중심의 건축술적 욕구로부터 예술을 해방하려고 한 데리다는 『회화에서의 진리(1978)』에서 ‘파에르곤(parergon)’의 개념을 부각합니다. ‘파에르곤(parergon)’이란 예술 작품의 부속물, 즉 본질적인 예술작품(에르곤; ergon)을 둘러싼 비본질적인 장식품인 ‘액자’를 말하는데 데리다는 예술 작품의 세계와 그 바깥 세계 사이를 경계 짓는 중간 지대인 액자 역시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의 일부라 말합니다. 작품과 외부 세계가 액자로 분절된 것이 아닌, 작품을 둘러싼 액자도, 넓게 보면 작품이 전시된 공간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떤 것이 본질이며 아닌지 구분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결국 본질과 비본질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정의할 수 없는 세계는 데리다가 말한 ‘차연(différance)’의 개념처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불확정성과 불안정함으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불확실한 이상 세계’를 시각적으로 정의하고 구현하는 것만큼이나 모순되는 행위도 없다고 생각한 작가는 끊임없는 방법적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며 작업의 개념과 회화적 방법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남주, 망각(Oblivion), 91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이번 개인전 《가변 기억》은 그간 작가가 고민해 온 ‘불확실성(불확정성)’으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로,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 역시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경험이 우리의 기억을 재가공하고 변형시키며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과거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물감으로 덮고 다시 긁어내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우리의 기억이 현재의 경험으로부터 변형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그 결과물은 사진 이미지와 페인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현재와 기억의 형성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인식과 경험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과거와 현재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우리의 현실을 형성하는지 탐구합니다. 이번 배남주 개인전 《가변 기억》을 통해 작가와 작품, 작품과 관람자 사이의 ‘불확정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작품의 의미와 해석을 확장해 주시길 바랍니다.
/맥화랑 큐레이터 김정원
맥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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