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Hidden M Gallery
2023. 7. 6 – 7. 22
김동형
히든엠갤러리는 7월6일부터 22일까지 김동형작가의 개인전 <질서와 무질서 두 우주의 교집합>展을 개최한다.
김동형작가의 작업은 건축물의 단면에 관심에 두고 시작한다. 마치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의 일부분을 잘라낸 듯, 날 것 그대로의 벽면을 떼어낸 것처럼 보이는 익숙한 무늬의 단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건물의 외벽과 내벽을 닮은 다양한 그리드(grid)가 정갈하게 배열된 회화 위에는 오랜 건물의 닳은 흔적처럼 부분 부분이 흐려지기도 하고, 때묻은 먼지가 덕지덕지 눌러 앉은 모습처럼 마티에르가 두드러지기도, 때로는 질서정연한 벽돌이 늘어선 화면 위에 정적을 깨뜨리듯 흡사 금이간 모습처럼 자유로운 선들이 가로지르기도 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양화의 대표적 특성이기도 한 여백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편하는데 여기에서 허실합일(虛實合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지의 고아한 색상들이 희미하게 배어나, 모든 것을 잠식해버린 백색의 심연은 텅 빈 상태이면서도 모든 것을 아우른 상태임을 실감하게 한다.
작가에게 이번 개인전은 본인에게 작업에 대한 기존의 개념적인 접근을 넘어 감정적으로 접근했다. 작품들은 평소 상반되는 것들, 양가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모든 것들에 초점을 두고 그것들의 공존을 시각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는 질서와 무질서, 규칙과 불규칙, 비움과 채움 또는 존재와 소멸처럼 다소 거창해 보이는 타이틀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정 상태들 역시 양가적인 관계로 서로 얽히고설켜 공존하고 있음을 작업에 담고자 한 본인의 의도가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유의 과정은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의 벽면에서부터 출발한다. 녹이 슬거나, 페인트칠 된 겉껍질들이 벗겨지거나 또는 벽돌이나 타일들이 떨어져 나간 이미지들은 본인에게 인위의 형태에 새겨진 자연의 흔적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관계로 보이는 인위와 자연은 건축물의 벽면에서 서로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벽돌이나 타일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는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그리드 위로 불규칙적인 텍스처들이 가로지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덮은 다수의 색들 위로는 지운 것인지, 그린 것인지 모를 애매한 백색으로 마무리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들은 캔버스 화면에 하나의 물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물성은 비움과 채움, 질서와 무질서 혹은 규칙과 불규칙 등 각각의 우주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같이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텍스트들은 작가가 올해 초에 느꼈던 상태감정(狀態感情)의 산물이다. 이는 인간관계에 대한 설렘이, 행복이 혹은 감사함이 갖고 있는 우주와 슬픔이, 그리움이 혹은 원망 따위가 가지고 있는 우주와 서로 충돌하여 교집합을 이루었고, 이렇게 형성된 우주들의 교집합 위에 현재 본인의 내면이 놓이게 됨을 뜻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가 느꼈던 감정들을 작품들과 몇몇의 텍스트들을 함께 구성하여 최대한 서사적으로 이번 전시에 풀어내고자 했다. 어쩌면 여태까지 준비해 온 전시들 중 이번 전시가 작가에게는 감정적으로 일말의 슬픔을 담고 있는, 가장 서정적인 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품으로, 그리고 전시로 탈바꿈 하게된 본인의 서정적인 감각들이 감상자들에게는 또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들을 남긴다.
히든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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