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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위태로운 청춘의 초상

ARTIST INSIDE 2022 | 최지원

불안하고 위태로운 청춘의 초상

대학원을 갓 졸업한 MZ세대 대표 작가 최지원은 청춘의 초상을 그린다.
그 초상을 설명하자면, 속은 텅 비어있고 툭 치면 깨질 듯 위태로우며 발그레한 홍조 뒤로 표정을 숨긴다.
바로 포슬린 돌(porcelain doll), 도자기 인형의 특징이다. 작가는 실존하는 청춘을 대신해 도자기 인형을 그린다.
작가가 바라보는 또래의 청춘은 푸른 봄(靑春)보다 차가운 인형을 더 닮았다.
인형을 그렸으니 정물화(still life)인데, 그 내용은 청춘의 삶(life)에 가깝다.

Jiwon Choi, 최지원, Undrinkable, 마실 수 없는 물, 2022, Oil on canvas, 130.3 × 193.97 cm

골동품 인형을 그리게 된 작업의 계기가 궁금한데요.

제 작업의 동기는 매끄러운 표면입니다. 어떤 상처나 흠집조차 용납하고 싶지 않아요. 완벽하게 연마된 표면을 연출해 그 이면의 텅 빔, 공허함을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자기 인형을 처음 보고 그 표면에 매료됐어요. 표면은 견고해 보이지만 쉽게 깨질 수 있는 도자기의 성질이 제게 극도의 긴장감을 안겨주기도 했고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적으로는 불안감이 감도는 인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Jiwon Choi, 최지원, Velvet Gesture 4, 벨벳 제스처 4, 2022, Oil on canvas, 90.9 × 72.7 cm

회화인 걸 알면서도 ‘만지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듭니다. 시각 매체인데도 굉장히 촉각적입니다.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작업에서 촉각성은 중요해요. 회화가 촉각적 표면을 지닌다는 건 시각 외의 감각을 작동하게 하는 거죠. 단순히 닮게 그리는 재현의 영역이 아니고요. 가까이서 회화 표면을 바라보면 붓질로 이루어진 이미지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실제로 보면 다양한 질감을 구사하려 한 실험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도 보는 이가 ‘만지고 싶다’는 충동에 들게 하는 건 유혹하는 행위입니다. 내재된 욕망의 면모를 대면하게 하고 싶어요.

표정 없는 인형의 얼굴이 묘하게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렌즈를 끼거나 특히 눈을 부각한 작품이 많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일종의 자화상일까요?

자화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의 불안한 정서가 제게도 자연스럽게 반영됐고, 작업을 통해 해소하려고 해요. ‘희망 없음’과 ‘무기력’으로 불안의 정체를 설명할 수 있겠네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위기감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제 무의식에 내재된 불안의 감각을 작품에서 여러 장치를 동원에 건드려 봅니다. 뾰족한 가치나 불꽃, 렌즈나 눈물 같은 소재는 그런 의도에서 사용됐고요.

이번 키아프 플러스에 출품되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이번 작업에서는 불안한 감정을 다양한 상황에서 드러내 보이려 했어요. 그 장치로 커튼과 블라인드와 같이 안과 밖을 구분 짓는 막의 형태를 이용했습니다. 그 사이로 도자 인형들의 긴장된 상태를 집중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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