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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토착 정서로 그리는 공존의 세계

ARTIST INSIDE 2022 | 파올로살바도르

페루의 토착 정서로 그리는 공존의 세계

페루 출신의 파올로 살바도르에게 잉카의 후예로서의 정체성은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영국의 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에서 거주하며,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지만, 고향과의 물리적 거리는 역설적으로 그에게 작업의 뿌리를 찾게 했다.
나른한 붓질로 꿈 속 환영처럼 몽롱한 그의 회화는 페루의 신화를 현대화한 이미지로 이해된다.
인간과 동물의 상생을 강조했던 설화를 모티프로 동시대 미술에 함께 하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Paolo Salvador, 파올로 살바도르, Exilio, 2022, Oil on linen, 200 × 200 cm

런던과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런던은 내게 거대한 문화유산의 세례를 준 곳이고, 베를린은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곳입니다. 두 장소 모두 정체성을 고민하게 했고, 나를 재구성하도록 했어요. 페루에서 벗어나 오히려 내가 속했던 문화와 정체성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 거죠. 다문화에 대한 경험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회의하도록 해요. 특히 베를린으로 막 이사를 했을 무렵 팬데믹으로 고립되면서 작업 방식에 큰 변화를 겪기도 했고요.

팬데믹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관찰을 통해 묘사하는 전통 교육을 받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모델과 함께 작업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고 캔버스에 옮겼어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도 재정적인 문제로 모델을 구하기 어려웠을 때 거울을 보며 신체 연구를 했다고 해요. 스튜디오에 고립돼 고독이라는 감정을 관찰하며 작업하는 과정도 일종의 도전이었습니다.

야생을 배경으로 재규어 위에 나체의 사람이 올라탄다든가, 동물과 인간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의미하나요?

인간과 동물은 오랜 공생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페루에는 특히 동물을 의인화한 설화가 많아 작업의 원천이 되죠. 세대를 거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는 특정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 않아서 제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그렇다고 동물과 인간의 완전한 조화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독이 있는 선인장이나 공격적인 재규어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니까요. 작품 속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현실을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Paolo Salvador, portrait by Nick Koenigsknecht

인간과 동물에 대한 탐구가 현대 미술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기술과 기계를 말하는 현대미술이지만 회화라는 전통 매체를 통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동물 표현이 인간이 처한 현실을 묘사하는 상징이 될 수도 있고요. 무언의 매개체로서 현실을 은유하는 회화의 역할을 믿어요.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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