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KUKJE GALLERY
2022. 7. 1 – 8. 14
이희준
국제갤러리는 오는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부산점에서 이희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희준은 삶의 풍경에서 추출한 다채로운 이미지를 추상회화로 옮겨 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가까운 주변부터 타국의 여행지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축적한 경험과 이미지를 수집, 편집한 후 이를 기하학적 추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작품 속 찰나의 이미지들은 화면의 표면에 켜켜이 쌓아 올린 물감을 통해 작가의 감정과 경험을 반영하고, 이로써 평면의 캔버스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기존의 여러 시리즈 중에서도 대표 연작인 색면추상 작업 ‘A Shape of Taste’(2018-)와 포토콜라주 작업 ‘Image Architect’(2021-)의 연장선에 있는 신작 회화 20여 점과 회화에서 출발한 조각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희준의 작업은 관찰에서 시작한다. 일상 속에서 길을 걷거나 여행 중에 마주친 풍경에서 채집한 다양한 공간 및 장소를 핸드폰 사진으로 담아 이미지를 수집한다. 이후 촬영한 사진을 훑어보면서 당시의 감각을 선연히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을 고르고, 해당 이미지를 확대 및 편집한 후 캔버스에 부착한다. 다채로운 공간의 풍경에 각인된 자신의 경험, 특히 촉각, 시각, 후각 등을 복기하는 작가는 이를 다양한 점, 선, 면, 곡선 등의 요소들을 활용하고 리드미컬한 조형감과 특유의 색감으로 표현한다. 화면에 두텁게 올린 물감의 재질(마티에르), 오밀조밀 붙어 있는 색 띠, 얇고 섬세한 수평선과 원, 무심히 떨어뜨린 물감의 흔적, 그리고 작지만 명료하게 그려진 네모나 점 등 화면 곳곳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인 기법은 작가의 추상회화에 새로운 레이어와 질감을 형성하고, 기억과 화면에 생동감을 더한다.
2018년부터 이희준 작업세계의 중심에 있는 ‘A Shape of Taste’ 연작은 수년 간의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가 마주한 고향 서울의 변모한 풍경,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에 영감 받아 시작된 작업이다. 자주 가던 카페나 가게 등 그동안 사라지거나 완전히 변해버린 건물을 비롯해 도시 곳곳의 크고 작은 변화를 목격하면서, 작 가는 자신이 생활해온 지역을 구성하는 다양한 색과 기하학적 형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건축물과 거리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수집 및 드로잉의 과정을 거쳐 그 형태나 색감이 극도로 단순화된 정방형의 추상회화로 번안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잠시간의 휴지기 후 3년 만에 시도한 ‘A Shape of Taste’ 신작들이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2019년부터 색면추상의 화면을 해체,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제작한 조각 작품 ‘Sculpture upon Sculpture’들도 회화 작업과 대조 및 조화를 이루며 작업세계를 안팎으로 풍성 하게 서술한다.
이번 전시에서 ‘A Shape of Taste’ 연작과 함께 또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Image Architect’ 연작은 작가의 지 난 2020년 개인전 “The Tourist”에서 처음 선보인 포토콜라주 작업에 기반한다. 작가는 일상의 풍경을 추상회화로 변환하여 화면에 담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자신이 포착한 공간을 실질적, 직접적으로 캔버스에 드러내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동안 추상회화의 색과 면에 보이지 않게 녹아 있던 작가의 기억 속 풍경들이 포토콜라주 기법을 통해 구체적 형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는 다양한 색, 드로잉 적인 선, 기하학적 도형 등을 활용해 면을 분할하기도 하고, 새로운 면을 생성시키기도 하는 등의 방식으로 화면 속 공간을 전면에 드러내는 동시에 지운다. 이렇게 보이거나 감춰진 화면 일부에 물감을 쌓아 올리는 행위는 해당 특정 공간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혹은 궁금증을 넘어 작가가 서 있던 자리, 그 곳의 온도, 냄새, 질감까지 화면에 박제된 어떤 순간을 상상하게끔 이끈다. 흑백의 사진 위에 물감을 두껍게 올리고 질감을 강조하는 등의 방식과 형식은 회화적 시도를 넘어 일정 공간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감각 그리고 시간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건축적 결과물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Image Architect’ 신작 역시 도시 풍경에서 건축 공간으로 시선을 옮겨 작가의 시각적 경험을 추상회화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화의 건축적 기능까지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학부시절부터 건축과 공간 등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풍경의 추상화 과정을 통해 도시가 가진 익명의 감각을 시각화해왔다. 조형이 선사하는 균형과 리듬감, 삶의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학습된 미감 그리고 작업 과정에서 체득한 색감, 형태감, 비례감 등을 통해 회화 매체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화면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직접 제작한 도구인 스퀴즈를 이용해 캔버스에 물감을 올리는 작업 행위가 마치 벽 표면에 시멘트를 미장하는 것과 닮아 작가는 ‘회벽을 바르듯 화면 속 공간 위에 시공한다’고 스스로의 작업 방식을 표현하기도 한다.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전형적인 도시 풍경조차 현대인의 취향과 미감을 반영하는 매체로 인식하는 작가는 그래서 일상의 작은 변화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소소한 일상과 도시의 풍경을 자유로운 구성과 색감, 그리고 고유한 조형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이희준에게 회화라는 매체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이 세계를 구성하는 작가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이희준(b.1988)은 201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조소과를 졸업하고 2014년 영국 글래스고 예술대학교 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아트플랫폼 “Image Architect”(2021), 레스빠스71(l’espace71) “The Tourist”(2020), 이목화랑 “Emerald Skin”(2017), 위켄드 “The Speakers”(2017), 기고자 “Interior nor Exterior: Prototype”(2016)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는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트 선재센터(2021),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19), 뮤지엄 산(2019), 세화미술관(2019), 아트스페이스 휴(2019) 등 국 내 유수 기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아이슬란드에 있는 아퀴레이리 미술관(2017), 글래스고 졸업전 (2017) 등 다수의 해외 그룹전에도 함께 했다.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했으며, 2019년 미술전문지 ‘퍼블릭 아트’가 주관하는 ‘뉴히어로’ 대상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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