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G Gallery
2022. 6. 29 – 7. 30
로버트 모어랜드
현대 추상 미술 작가들은 여러가지 비슷한 이유로 ‘Untitled’를 작품의 제목으로 사용해왔다. 1950년대 추상 미술 작가들은 다른 예술과 구분되는 회화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회화의 평면성에 집중하였다. 이들은 회화에서의 재현을 거부하고, 회화만의 요소인 평면, 색을 강조하며 회화 만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재현을 거부하는 이들의 선언과도 같은 ‘Untitled’ 은 이후 미니멀리즘 작가들로 이어진다. 미니멀리즘작가들은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하고 작품의 순수한 형태를 강조하며, 재현의 형태에서 더욱 더 멀어졌다. 이들에게는 작품의 내용도, 제목도 그 의미를 잃었고 자연스레작품의 제목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 전시 제목 ‘Untitled’는 로버트 모어랜드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특정단어로 작품에 대한 그 어떤 단서를 제공하거나, 관람자에게 특정 경험을 강요하지 않으며 재료의 물성, 작품의 색, 형태와 같은 기본 요소에 온전히 집중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제목이다.
로버트 모어랜드의 작업은 작은 형태의 축소 모형인 마케트(maquette)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은 모형을 만들어 작품의 형태를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나무틀을 만들고, 캔버스천을 씌운다. 흔히 이용하는 스테이플러를 사용하지 않고, 못을 이용해 캔버스천을 고정시키고, 금속 경첩대신 가죽으로 캔버스와 캔버스를 연결하며 구조체를 만든다. 로버트는 캔버스를 물감이라는 주재료를 위해 부수적인 재료, 회화작품을 위한 평면지지체가 아닌 독립적인 재료로 인식하며, 스스로의 물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형태를 쌓고 구조를 만든다.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3차원의 캔버스 형태를 따라 색과 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펼쳐지고 접혀진 캔버스 구조체는 전시장의 조명과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변화하며, 방향에 따라 다른 형태와 다른 컬러로 읽히기도한다. 모어 랜드의작품은설치된환경에반응하고변화하며스스로새로운공간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낯선 시각적 경험을 마주하면,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의 익숙한 형태를 찾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만은 익숙하지 않은 형태를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며, 각자의 경험이 모두 맞는 경험임을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Untitled Shifted Blue Square Drop cloth on wooden panel with acrylic paint, tacks & leather hinges 75.56 x 73.66 x 11.43 cm 2022
G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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