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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th 맥화랑미술상 김현수개인전 <나의 우주>

2022. 4. 15 – 5. 8
김현수

맥화랑은 젊은 작가들의 지속적인 작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으로 <맥화랑미술상>이란 타이틀로 신진, 청년작가 지원전시를 지속해왔다. 2013년 이두원 작가, 2014년 조각의 유은석, 김현엽 작가 등 <맥화랑미술상>을 통해 전시가 이루어졌던 청년작가들은 현재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블루칩 작가로 성장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맥화랑미술상>은 조금 더 의미가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1992년생의 김현수 작가가 그 주인공인데, 2013년에 전시했던 이두원 작가와 사제지간의 인연이자 미술계의 선후배로 나란히 <맥화랑미술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맥화랑미술상>展을 통해 젊고 유능한 작가들이 미술시장에 소개되고 붓을 꺾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며,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맥화랑이 작가들의 발돋움판이 되길 바란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천혜의 환경인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현수 작가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조합된 짙은 초록의 자연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세로로 길게 뻗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고요의 숲’, 녹음이 우거진 숲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 그 길 끝에 외딴집이 놓여있는 ‘기다리는 숲’, 동그라미, 세모와 같은 기호적인 형상과 원형의 길을 따라 수렴하는 ‘시골길’, 뾰족하기도 둥글기도 한 순간 포착된 식물이 영원의 형상으로 박제된 ‘찰나의 영원’ 등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풍경화’이면서 ‘풍경화’가 아니다. 김현수 작가의 풍경은 자연을 타자로 인식하고 대상화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을 ‘내면 깊은 곳의 형상들을 꺼내는 과정’이라 말한다. 그 형상들은 보통 초록의 덩어리들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이것을 ‘제주에서 자란 나의 유년 시절 자연에서 마주한 짙은 초록을 온 몸으로 체득한 표상’이라 설명한다. 작가는 기억 속에 남겨진 형상들과 작가의 시선이 재조합된 장면을 화면에 옮길 뿐이다. 화면에 옮겨진 풍경이 실재하는 공간인지, 실제로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단지 내면의 형상과 기억을 재구성할 뿐이다.

1992년 생의 김현수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동양화는 서양화와 달리 밑의 색상이 그대로 비치기 때문에 배경부터 색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형상을 완성한다. 나무면 나무, 배경이면 배경, 풀이면 풀 각각을 개별적으로 채색하며 수 십 겹 덧칠을 하다 보면 깊이 있는 색이 완성된다. 김현수 작가의 색과 형상은 상당히 함축적이다. 숲과 나뭇잎, 풀을 표현하는 초록의 계열과 나뭇가지와 나무 기둥, 대지와 길을 표현하는 갈색 계열의 아주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다. 형상을 드러내는 형태 또한 명료한데, 군더더기 없이 축약된 기호들-동그라미, 세모, 네모와 같은-이 근간이 된 집약적인 형태로 화면이 구성된다.

김현수 작가는 이번 <나의 우주> 전시 작업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작업은 내면 깊은 곳의 형상들을 꺼내는 과정이다. 평소의 나는 모호하고 무거운 어떤 것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의 크기는 우주만큼 크지만 그 안에서 나는 너무도 작고 공허하다. 그 밖으로 나가기 위해 나는 매일 내 안의 잔잔하고 반짝거리는 것을 포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옮겨낸다.’

작가 노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면에 옮겨진 것들은 작가 내면에서 거르고 걸러진, 즉 축약되고 추상화된 어떠한 ‘것’들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부유하는 내면의 어떤 것들을 포착하고 마주하며 고민한다. 그렇게 걸러진 결정체들은 곧 화면 속으로 옮겨져 우리들에게 말을 건넨다. 화려한 언변과 미사여구 가득한 말이 아니라 아주 담백하고 함축적인 단어 하나로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그런 작업이 김현수 작가의 작품이다.

맥화랑 큐레이터 김정원

맥화랑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나길 162, 2층
051-722-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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