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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ful Landscape – Cheongdo

2023. 2. 15 – 2. 24
김영환

조용한 풍경, 2023, Tempera on Canvas, 41x53cm

갤러리세인에서는 김영환 작가의 23번째 개인전 《조용한 풍경-청도, Peaceful Landscape-Cheongdo》를 개최한다. 작가는 오랜 기간 ‘조용한 풍경’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개인전의 전시명도 동일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청도’ 이다. 독일에서 유학 후 작가는 10여년 넘게 고향인 대구시내의 작업실에서 작업해왔다. 지난해 큰 도시의 복잡함 보다는 서정적이며 소박한 자연의 풍경을 접하기 위해 2022년 청도에 직접 작업실을 지어 옮겼다. 작가가 청도라는 지역을 선택해 작업실을 옮겨 진행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작가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타이틀이자 키워드는 ‘조용한 풍경’이다. 초기 작품의 제목은 상징하는 소재들을 나열한 ‘집, 사람, 풍경’ 이었다. 작품제목 그대로 회화에 집, 사람, 풍경이 있었다. 이 소재들은 직선과 곡선, 자연물과 인공물, 붉은 색과 푸른색들과 같은 이질적인 것들이 한 화면에서 서로 섞여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조화로운 풍경’에서 더 조화롭고 평화로움을 표현하다 보니 불필요한 것들은 점점 더 소거하게 되었고, 아무런 소음 없는 ‘조용한 풍경’이 구현되었다. 작품에서 인공의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공허함이나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주변의 친숙한 것들이 완벽히 일체가 되어 하나의 풍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작업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템페라 기법이다. 작가는 작업 전반에 걸쳐 템페라를 사용해왔다. 달걀노른자에 안료를 풀어 그리는 고전 회화 방식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유화, 아크릴이 라는 편리한 재료가 생겨남에도 템페라를 고집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작가의 맞춤 옷처럼 너무 자연스러운 기법이기도 하지만 템페라는 조용한 풍경을 더욱 조용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적인 기법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발색과 훌륭한 필치, 기교를 위한 유화나 아크릴과는 달리 템페라 기법은 캔버스에 스며들어 있다. 화선지에 먹이 스며드는 것처럼 잔잔한 울림을 만든다. 이는 작가가 구성한 풍경 속 공간으로 우리를 이끌어 몰입하게 한다.

조용한 풍경, Tempera on Canvas, 53×72.5cm, 2023

“신은 나에게, 나는 신에게”
작가의 작업실 한 켠에 쓰여 있는 텍스트이다. 여기서 신은 종교적 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작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일컫기도 한다. 이웃, 가족, 지인 등의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 속 사람들을 말한다. 작가는 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이 관계들은 전적으로 조화로움에 기인하며, 작품의 조화로움으로 형성하는 작가의 창작과정의 하나이다. 이처럼 작품의 소재들도 늘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다. 완벽한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이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작가의 작품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이다. 집, 산, 사람, 나뭇가지, 바위, 언덕, 새, 흰 천 등 늘 우리 곁에 있어 안락함을 주는 대상들이며, 이들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그려내는 것은 작가의 견고한 예술적 의지의 발현으로 읽힌다.

‘조용한 풍경’을 감상한 후, 누군가는 초현실주의의 낯선 풍경 같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동양사상 이 깃든 작품 같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종교적 의미를 상기하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은 그렇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들은 명상을 할 때와 같은 비슷한 정서를 동반한다. 긴장과 설렘 두려움을 잊게 하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관람자들은 조용한 풍경 속에서 사유의 숭고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이전까지 좁고 높은 층의 작업실에서 작업하며 대작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청도의 넒은 스튜디오에서 앞으로 작가의 작품이 어떻게 발전할 지 기대된다. 작품이 더욱 심화되어 새로운 장이 열리는 그 시작을 갤러리세인에서 함께 해보기를 바란다.

조용한 풍경, Tempera on Canvas, 145x97cm, 2023

갤러리세인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503 한성빌딩 204
02-3474-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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