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팔조
조경재는 사진에 담을 장면을 직접 만들어 놓은 뒤 셔터를 누른다. 눈앞의 풍경을 찾아 찍는 게 아니라, 사물을 실제 공간에 쌓고 세워 하나의 장면을 먼저 짓는 것이다. 이렇게 배치된 사물들은 사진 안에서 원래의 쓰임과 형태를 잃고, 물질이 지닌 형태와 색만 남아 서로 조합된다.
조경재는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뮌스터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최고 과정인 마이스터슐러를 밟았다. 이후 사진을 기반으로 설치와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다져왔다.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갤러리 팔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에서도 전시를 이어왔다. 2018년 아마도 사진상을 받았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4)를 비롯한 주요 레지던시를 거쳤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사진은 컴퓨터 합성이나 포토샵으로 손댄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 직접 설치한 장면을 필름 카메라로 있는 그대로 찍은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오브제를 직접 모으거나 만들어 조합하고, 사물과 공간을 유심히 관찰하며 순간순간 형태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몸을 더 직접 개입시켜 철사를 손의 힘으로 구부리고 비틀며 형태를 만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완성된 모양이 아니라 힘이 작동한 흔적과 물질이 저항하며 생기는 긴장감이다. 그는 재료를 다룰 때 “형태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조경재의 작업은 2023년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연예술과 협업하면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공동체적 감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요즘 그는 여러 퍼포머와 함께 몸의 상태와 움직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서로 다른 몸의 조건과 감정, 분위기를 가진 퍼포머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만나고 충돌하며 공존하는 장면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Kiaf에서 조경재는 철을 손으로 구부려 찍은 ‘IRON(철)’ 연작 사진과 이를 확장한 설치작업 ‘IRON’, 그리고 처음 공개하는 영상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부스 한가운데에는 철 설치물이 놓이고, 그 주변으로 ‘IRON 3’을 비롯한 사진들이 배치된다. 영상에는 무너진 세계의 파편을 주워 모으고 끌고 밀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퍼포먼스가 담겼다. 작가는 “연결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은 사진과 설치, 영상 사이를 오가며 완벽하게 결합되지 않아도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Geumgok Piano, 4x5 large-format transparency flim, drum scan, inkjet print on Epson Enhanced Matte paper_180×150 cm_ed. 3(5), 2024
Hole, 4x5 large-format transparency film, drum scan, inkjet print on Epson Enhanced Matte Paper PXMC, 150×120 cm, ed. 2(5), 2024
Iron1, 4x5 large-format transparency film, drum scan, UV print on painted alumium or steel, 150×120 cm, ed 1(5), 2026(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