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0 – 6. 18 | [GALLERIES] SONG ART GALLERY
윤형근, 최인수

전시 전경 (1)
윤형근과 최인수의 이중주는,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회화와 조각이라는 상이한 두 매체가 각각 ‘침묵’과 ‘열림’이라는 존재론적 양태를 통해 서로를 호출하고 응답하는 관계적 장을 구성한다.

전시 전경 (2)
윤형근의 회화적 언어, 그 숭고한 침묵
모든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은 뒤에 남는 앙금처럼 침전된 진실의 상태이다. 그의 작품 가장자리에 나타나는 번짐 자국들은, 이 슬픔이 시간 속에서 풍화되고 가라앉아 형성된 하나의 지질학적 퇴적층과도 같다. 그렇기에 그의 화면은 침묵한다. 이 침묵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기 위해 오히려 언어를 폐기한 상태에 가깝다. 존재의 깊이 앞에서 멈추어 서게 되는 어떤 숭고한 평정의 상태를 제시하며, 의미 이전의 밀도와 마주하게 하는 하나의 ‘공터(Lichtung)’를 열어 놓는다.
최인수의 조각과 비결정(非決定)의 미학
최인수의 조각론은 “조각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이 만나는 장소가 되는 것”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재료가 지닌 시간성과 장소성이 드러나는 과정을 현전시키는 일에 초점을 둔다. 조각을 공간을 점유하는 덩어리(Mass)로 보지 않고, 공간을 열어젖히고 활성화하는 ‘터(Site)’로 파악한다. 고유한 물성, 곧 퓌지스(Physis)를 존중하며, 그것이 스스로 말할 시간을 기다린다. 이 ‘비결정’은 미완이나 결핍이 아니라, 형태가 스스로를 닫지 않고 계속해서 열려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시 전경 (3)
미학적 대위: 정지와 생성의 변증법
윤형근이 만들어 놓은 고요한 배경(Ground) 위에서, 최인수의 조각(Figure)은 더욱 또렷한 현존을 획득한다. 역으로, 최인수의 조각이 만들어내는 생동감은 윤형근의 침묵이 죽은 침묵이 아니라, 거대한 에너지를 내장한 살아 있는 침묵임을 드러낸다. 우리는 정지와 생성, 침묵과 행위, 세계와 대지가 서로를 비추며 맞물리는 하나의 장면을 경험하게 된다. 윤형근의 회화가 시간을 깊이 가라앉힌 침묵의 심연으로 우리를 붙들어 세운다면, 최인수의 조각은 물질의 살아 있는 시간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게 한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철학박사)
송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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