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3 - 5. 26 | [GALLERIES] Gallery Doll
김동욱
갤러리도올 <사람들> 전시전경
김동욱 작가는 회화의 이러한 성격을 보여주는 범주 내에서 장면들을 그려왔다. 관찰이 되지만 이내 추상의 경계를 오고 가는 연출로서 재현 위에 물감층이 파편처럼 어울려 흥미로운 형상을 보여준다. 평범하여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모습들을 순간처럼 붙든다. 인물이 등장하지만 세부 묘사 없이 전체의 조화 속에서 표현되는 형태들이다. 길거리를 분주히 건너거나 누구와 만나고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림으로 등장한다.
갤러리도올 <사람들> 전시전경
사실이 드러나지만 형상을 더하거나 빼는 일들이 어느 순간에 어울려 그림이 되기까지 작가는 재현을 성실히 추구해 왔지만 예술가로서 갈망은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적 신념으로 또 다른 것을 찾는다. 도시로 이주하면서 관찰되는 사람들과 장소로 장면이 되는 풍경들은 작가에게 외형적으로 분명하면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흐름을 포착하기에 좋은 소재였다. 나와 다른 이들 간에 거리로서 느끼게 되는 이방인의 감성으로 최근의 작업은 회화 안에서 서서히 거리를 좁히는 중이다.
김동욱, People – 햇살 좋은 날, 53×40.9cm, 캔버스에 유채, 2023 2024 retouch
개인이 다가설 수 없는 것들을 내면에 담아내려는 듯이 작업은 사실적 묘사에서 조금씩 형상을 깨트리고 물감을 흘려 추상에 다가선다.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익명을 전제로 빠르게 돌아간다는 것은 알아냄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되어 또 다른 무엇을 찾아 소비하는 것이다. 작가가 그림으로 거리를 좁혀 낸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에 고충을 토로하는 것과도 흡사하다. 정확한 것은 없다. 작가의 하루가 감성이 되면서 평면에 표현하고픈 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태도는 조심스럽다. 이제 실내로 들어선 공간이 세심하게 어떤 걸 살핀다. 때로는 이전 작업을 확인하며 다시 리터칭 하는 완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감성적 접근은 묘사보다는 조화롭게 만나는 성격에서 회화성이 좀 더 보이지만 작가의 사려 깊은 바람으로 선의 분할, 진지한 색채 안에 숨겨진 상징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동욱, People – 나르시스트, 40×72.7cm, 캔버스에 유채, 2024
근대화의 상징으로 도시라는 특성상 자본주의와 같은 외형적 특성이 인간의 욕망과 만날 때 결합과 해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흐름이 지금의 문화가 된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지나온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의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인물들, 삶의 방식이 묻어나 그 자신도 모르게 그림이 되어 준다. ‘언어의 상상이 곧 삶의 형식을 상상하는 것이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회화 역시 삶의 일부분이다. 지금의 시대가 찾는 과학적 증명은 개인에게 더는 불편한 것이 없이 보이지만 현실에서 오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은 자연스레 예술적 소재로서 형상이 되어 주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작가의 감수성에서 출발한 회화의 관념적 태도로서 추상을 확대하여 현실을 보여주고픈 바람,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이 화면에 쏟아져 사유되면서 그림이 된다. 모호하게 질문을 던지는 시도로 파편적 미감이 존재한다.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 739 140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