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 - 9. 26 | [GALLERIES] Gallery Doll
박준형
Chaosmos#01, 53×33.3cm, oil on canvas, 2023
박준형은 도시로 떠올려 볼 수 있는 느낌을 회화로 풀어낸다. 외형상 잘 정돈된 공간의 구조적 짜임을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작가의 관심사는 거대함 속의 보이지 않는 어떠한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린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물감을 칠하고 쌓고 지우며 긁어내는 과정 속에 평면 안 도시풍경이 드러난다.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는 관찰의 결과는 나누어지는 장면들로서 수평적 구도를 전제한다. 상하로, 화면 중앙에 물 또는 녹색 대지를 그려 넣는다. 멀리서 바라본 풍경이 빛을 받아 자연스러운 형태로 나타나는 모습이 근접될수록 물감층임을 알게 하는 것이 신비롭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낯설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정돈되어 있지만 환영에 가까운, 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작가는 도시라는 소재를 풍경 안에 넣으며 사유 하기를 즐긴다. 거대한 광경에 가려진 다양한 의미를 찾으며 하나씩 관찰하여 내놓은 풍경은 이제 여유을 갖는다. 조감을 포함한 다각도에서 형상을 포착하지만 갈수록 유연해지는 선의 움직임이 색과 만나며 빛과 어울릴 때 나타나는 외형은 사유의 시선 속 도시풍경을 만들어 간다.
Oacity#04, 72.5×72.5cm, oil on canvas, 2023
객관적이며 주관적인 시선을 한 곳에 어울리게 만드는 연출은 도시가 하나의 유기적 흐름이며 스스로 진화하기에 개인이 모두 확인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작가는 회화적 실험으로 도시를 그린다. 갈수록 세분화되어 가며 잘 짜인 세상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각자의 삶에 대해 말로 설명되지 않는 느낌을 작가는 숭고함이라 정의하며 평면으로 은유한다. 조금은 원초적인 느낌을, 때로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을 인지하며 현실을 관찰한다. 찰나의 모습이 빛나는 풍경 속에 소멸과 생성의 간극과 공기와 바람을 느끼며 그려 넣는다.
Prism-city hole#04, 91×72.7cm, oil on canvas, 2023
우리는 끊임없이 상호작용 하며 소통하지만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현대인의 고독은 갈수록 심화되는 중이다. 작가의 담담한 시선처리를 거쳐 장면은 관계성에 다양한 것들을 묶는다. 인물이 대상과 어울려 우리에게 거리를 유지하며 관찰하게 만들지만 거리로서 확장하는 공간과 시선은, 관람객에게 다음을 예측하고 기대하게 한다. 그가 그려낸 순간은 어딘가의 도시에서 비슷하게 마주쳤던 사라진 것들을 상기시킨다. 그의 작품은 삶과 연결된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한정된 공간에 압축된 시간을 순간적으로 개인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것이 지금의 회화이며 동시대적인 성격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상과 연결됨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소통과 위안, 그리고 치유를 바라는 <오아시티> 작품이 잠시 이러한 결론을 내리며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 739 140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