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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

2023. 3. 3 – 3. 26
안다은

Gallery Walk_91.0x116.8cm_oil on canvas_2022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 광고카피처럼 사람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낯선 곳으로 달려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것은 삶의 활력소를 찾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늘 같은 장소에서 지내다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됨은 두렵고 설레는 다양한 기분을 갖게 한다. 몸소 체험하며 기꺼이 이방인의 자세로 살았던 일상은 다녀온 후로도 잊지 못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저마다 이유가 다르겠지만 일상의 환기를 전제로 잊고 살았던 것들을 새삼 깨닫는 그 목적이 먼저이지 않을까. 얼마 전까지 우리는 팬데믹 상황으로 예측 못한 일상을 경험했다. 늘 접해왔던 하루 간의 멈춤 그것은 온라인 시대라는 세상을 앞당겼고 삶과 연결된 웬만한 것들을 집에서 해결했다. 검색창을 켜고 앉은자리에서 해외 유명지를 확인하며 답답함을 참아 왔지만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여행객은 다시 늘기 시작한다. 몸에 새겨진 본능인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위드코로나라는 과제를 안고 어디든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 Gabriel Marcel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걷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의미를 보자면 인간의 삶 자체가 여행인 것이다.

The Sound and Wind of Bryant Park_72.7×116.8cm_oil on canvas_2022

안다은 작가 역시 여행을 즐긴다. 예술가로서 영감이 목적일 수도 있는 여행이 매번 달라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그리게 했으며 아름답고도 편안한 모습을 낳게 했다. 장소를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일기를 기록하듯 자신의 삶 또한 투영시킨다. 닮아있거나 혹은 기억이 달라져 왜곡되는 양상은 그대로 표현된다. 과거 작품에서 나타냈던 가방 속 사물들이 은밀한 시선이었다면 인물에 중점을 둔 풍경은 좀 더 다양한 속성을 지닌다. 공간적 특성과 함께 매번 달라짐을 확인하고 인물도 그려 넣은 장면은 작가가 촬영한 사진이 활용된다.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재현해 낼 수 없는 과정 자체를 자연스레 확인한다. 문득 꺼내든 사진의 개입은 그날의 기억이 감정으로 일정할 수 없음을 알게 하는 자료이다.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을 새삼 떠오른 기억을 확인하며 작가는 그러한 기억들을 상상력의 세계에 맡겨 보기로 한다.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평면 안에 그날의 일부를 그려보는 것이다. 상징적인 느낌에서 간결한 형상이 들어가고 물감층과 어울린 빛이 흥미롭게 표현되어 암시적인 장면을 연출시킨다. 새롭게 나타나는 여행지의 풍경이며 특별한 이야기가 포함된다.

Early Sunday Morning_72.7x60cm_oil on canvas_2022

기억이란 쉽게 정의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시간이 흘러 잊혀 있다가도 어느 순간과 만나면 떠오르는 현상으로 달라짐을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면 신비롭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마들렌 향기를 통해 감정들을 확인한 것처럼 작가에게 풍경은 예술적 소재로서 일상과 연결된다. 삶의 개별적인 순간들을 확인하듯 추억처럼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누구는 새롭고 또 다른 이는 경험했을 익숙함이 묻어나는 장소로 무엇을 얼마만큼 바라볼 수 있는지 객관과 주관적 사이의 시선의 거리를 갖게 한다. 관점으로 삶을 영위하듯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듯이 풍경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경계에 놓여있다.

전시 전경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739-140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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