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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pes of Space

2023. 2. 8 – 2. 27
유선태, 권오훈, 강민수

갤러리가이아는 입춘을 맞이하여 세 작가의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권오훈, 유선태, 강민수 선생님은 조각, 회화, 도자로 각각의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이지만 3차원의 공간을 각자의 예술 작업에서 아름답게 구현한다는 점에서 ‘The Shapes of Space’라는 전시로 함께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선태_말과 글_acrylic on canvas_130x162cm

유선태 선생님은 파리8대학에서 박사를 하였고 크리스티와 홍콩세일등에 출품되면서 한국의 대표작가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시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은 마그리트나 달리 등의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화면에 가득찬 반복된 ‘말’과 ‘글’이라는 독특한 글씨로 인해 부드럽고 풍부한 느낌을 줍니다. 그는 일상의 친숙한 사물들로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성합니다. 그의 그림에는 3차원적인 겹쳐진 공간 속에 사물들을 낯선 관계 속에 놓는 ‘데페이스망(dépaysement)’ 즉, 일상의 오브제들을 그 쓰임과 다르게 그려내거나 배치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설게 느껴지도록 하는 기법이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그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원적 개념들을 작업에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사물을 정의하는 단어는 하나로 부족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몽환적인 가상세계를 그림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오브제들이 등장하고 겹쳐진 화면 속에서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자전거를 탄 사람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시적이고 문학적입니다. 그는 서로 다른 장르와 시공간이 동시에 보여지는 초현실적인 무대인 캔버스 위에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책, 축음기, 시계 등의 일상 소재들을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즐거운 상상을 가능케 하였습니다.

권오훈 24X16cmX10cm_Porcelain sculpture_2016

권오훈 선생님은 기하학적 형태의 건축학적 공간을 가진 미니멀하고 세련된 형태의 조각을 구현합니다. 건축의 주요 요소인 볼륨, 표면, 평면 세 가지를 작가는 그의 조각작품에 응축시켜 보여줍니다. 그의 작업에는 원하는 기하학적 형태를 구성하기 위한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건축학적 공간 구성을 위한 기하학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미니멀한 볼륨, 선들에 의해 분할된 평면들, 형태의 기하학적 표면과 곡면은 너무도 간결하고 아름답습니다. 한겹한겹 얅은 석고 프레임을 조각해서 수십겹을 이어 붙여서 형태를 만든 후 그 안에 재료를 붓고 굳어지면 프레임을 떼어내고난 후 다시 색을 입혀 수차례 가마에 굽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한 점이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치밀한 수학적 계산에 의한 기하학적 작품 구성을 통해 얻게 된 철학적 사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에서 개인초대전을 가졌고 베르린의 비티라이브러리 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철 등등 많은 공공장소에 작품이 소장되어있습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기품이 있는 미니멀한 선과 아름다운 형태를 가진 조각작품입니다.

강민수_달항아리 202211-2_54x51.5x20cm

강민수 선생님은 경기도 광주 옛 도자가마터가 산재한 곳의 산기슭에 자리한 작업장에서 이십년이 넘게 달항아리 만을 빚고 있으며 한국과 뉴욕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는 직접 흙을 찾고, 자신의 유약을 만들고, 장작 가마에서 달항아리를 구워냅니다. 조선시대 도공들이 만들던 달항아리 전통기법을 그대로 따라 만든 달항아리들입니다.백자 달항아리는 조선 도자 중 가장 빼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것으로 후대에 평가됩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에서 구현된 선의 간결함과 형태의 넉넉함, 그리고 백색의 순수함은 성리학적인 관점에서 추구하던 담백한 정신을 보여줍니다. 백토는 설힘이 약해서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서로 합쳐야하므로 위아래의 속도와 힘이 조금이라도 균등하지 않으면 일그러지기 쉽고 또한 불의 선처에 따라야하는 고도의 섬세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칩니다. 게다가 큰 항아리를 조선시대 전통 기법으로 물레를 돌려 만들고 건조시켜 직접 손으로 들어서 유약통에 담궈서 유약을 입히는 과정은 웬만한 힘과 기술로는 어려운데 그는 조선시대 기법 그대로 오랜 세월을 묵묵히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장작가마에서는 24시간 동안 1~2분에 한번씩 황토벽 사방에 난 구멍으로 번갈아 장작을 던져서 1,280~1,300도 사이를 유지해서 완성시켜야하기 때문에 한번 도자를 굽고나면 3키로가 빠질만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백색을 내기위해서 소나무를 일일이 껍질을 벗겨서 그 속살만을 사용합니다. 그는 큰 작품을 주로 하는데요, 달항아리는 작업과정이 힘들고 큰 작품은 그 무게 때문에 만들기가 힘들어서 드뭅니다. 달항아리는 위, 아래를 붙여서 굽기 때문에 굽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지러지고, 장작의 재가 튀어서 묻습니다. 티도 묻고, 유약의 흐름도 느껴지고, 열에 따라 부분적으로 유광, 무광이 되는 등 오묘함이 더해져서 오래 볼수록 더 푸근하고 다정한 느낌이 나는 달항아리가 완성됩니다. 조선의 사기장들은 정확한 원형을 만들려고 일부러 애쓰지 않았고 자연스럽고 넉넉한 마음으로 달항아리를 빚었습니다. 그는 그 마음을 담아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을 주는 푸근한 달항아리를 오랜 세월 담담하게 빚어 온 것입니다. 달항아리는 집안에 복을 주고 좋은 기운을 준다고 합니다. 아마도 둥근 달이 둥실 뜬 것 같은 달항아리를 보면 저절로 마음이 둥글어지고 편안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즘 선생님의 달항아리는 그 담백한 아름다움으로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갤러리 가이아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7-1
02-733-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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