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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 – 2023. 1. 7
우종일
《노마딕 라이프 Nomadic life》 전시 작가 우종일은 30여 년 동안 여성의 몸에 집중한 작업을 이어오며 인간의 아름다움을 탐구하였다. 그러던 가운데 작가는 인간이 가장 열망하고 거부할 수 없는 가치 중 하나가 자유(freedom)란 사실을 깨닫는데, 이번 전시에서 바로 그 이야기를 풍경 사진에 담아 선보인다.
이러한 자유의 개념은 우종일의 노마딕 라이프, 즉 유목민적 사유에서 기인한다. 우종일은 “상처받으며 외로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유를 찾고자 하는 유목민적 특성이 있지 않냐”, “이때 우리가 소유욕만 버린다면 어디든 우리의 집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종일이 일컫는 유목민적 특성은 물리적으로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공간 이동 이상의 의미를 전한다. 여기에는 바로 사유의 이동, 말하자면 정신적 자유가 함께 따라온다.
작품으로 돌아가면, 우종일의 사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대자연의 풍경이다. 광야를 연상시키는 하늘과 대지는 머리를 차갑게 만들며 고독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속 촬영지는 미국 서부 지역으로, 관람객에게 뻥 뚫린 시야를 보여줌으로써 자유의 상태를 공유하기 위해 작가가 일부러 찾아 나선 곳이다. 이처럼 우종일은 관람객이 사진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장소를 대리 체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편, 화면 한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네온색의 집들은 현실에는 없을 법한 모습으로 아리송한 재미를 준다. 우종일은 자칫 두려울 수 있는 대자연 속에 밝은 빛을 발산하는 집을 지어 안식처를 제공한 것이다. 이 집은 작가가 한국에서 설계한 조형물로 실제로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광활한 자연 한 가운데 설치된 집은 우리가 어디든 떠날 수도, 반대로 어디든 정착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며 인간이 열망하는 자유를 환기한다.
그런가하면, 이번 <노마딕 라이프> 연작에는 유목적 개념을 전달하는 핵심 요소로서 맨몸의 여인이 등장한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여인의 모습은 연약해 보이지만 어떤 구애도 받지 않는 완벽한 자유의 상태를 나타낸다. 또 인간이 탄생과 죽음을 맞이할 때 맨몸으로 와서 맨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은유하며 인간의 총체적 삶을 대변한다. 이렇듯 우종일이 프레임에 담은 자연과 집, 여인 등은 얼핏 보면 현실의 특정 장면을 포착한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유의 여정으로 들어서게 하는 시각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종일의 사진은 특정 순간을 일방적으로 포착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심상 이미지(mind imagery)로서 현실과 현실 너머, 우리의 의식 속에서 진정한 자유로 가는 통로가 되어 마침내 안식의 시간을 건네고 있다.
임소희 BHAK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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