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CLES] BHAK
2022. 10. 13 – 10. 29
BHAK의 단체전 《다방(多房)》 은 과거부터 동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펼쳐 감상하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에서 출발한 전시이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총 48점의 작품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BHAK가 갤러리를 운영하며 함께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들 중, 평소에 수장고에서 꺼내지 못했거나, 다시금 소개하고 싶거나, 새롭게 발굴한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기 위해 전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담아 전시명 다방의 다(多)는 말 그대로 다양하고 많은 그림들을, 방(房)은 그림이 있는 실내 공간을 뜻한다. 또한 전시명 다방은 카페처럼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꾸며 놓은 다방(茶房)의 장소적 상상력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다방은 많은 예술가들과 젊은 청년들이 모여 교류하며 일상은 물론 예술적, 지적 관심사를 공유하던 장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1920년대에 시인 이상이 차린 종로의 제비 다방에는 예술가들이, 30년대 낙랑파라 다방에는 화가 구본웅이 속한 모더니즘 동인들이, 50년대 명동 일대의 다방에는 문인들이, 60년대 서울대 근처의 학림다방에는 문리대와 법대생들이 드나들었다. 이러한 교류를 바탕으로 다방은 단순히 사교 공간에서 머물지 않고 예술과 지성사에서 다양한 예술 경향을 보여주는 자리이자 당대의 취향과 감각을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자리했다.
본 전시는 이렇게 문화적 교류의 중심이자 소통 공간이 됐던 다방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한다.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인 갤러리가 상점의 역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대중을 위한 창작의 산실이자 중계소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장의 작품들은 어떤 기준에서 가려 나누거나 추켜세우기 위해 선별되고 배치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예술 양식과 취향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감상의 대상으로서 전시장 벽을 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술 감상과 같은 문화생활을 통해 삶에서 예술의 가치를 경험한다. 그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는 개인에 따라 저마다 다르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작품의 강한 인상이나 감동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그림을 한자리에서 보고 싶었던 전시 의도는 어쩌면 수많은 미적 가치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체험하고 싶었던 순수한 욕망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무엇이 보이는지, 앞으로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이러한 생각들 속으로 들어오는 미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임소희 (BHAK 큐레이터)
B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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