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Gallery Imazoo
2022. 9. 13 -10. 5
왕지원
루돌프 아른하임은 그의 저서 『엔트로피와 예술』에서 “질서는 인간 정신이 이해하려는 모든 것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라고 첫 문장을 시작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대상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판단한다. 그리고 대상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 대상이 가진 질서를 은연중에 찾게 된다. 가지런함, 적절한 간격, 균등한 색상, 어우러지는 움직임, 조화로움 등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왕지원 작가에게 있어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이전의 왕지원 작가의 작품을 보면 앞서 언급한 질서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철저한 계획하에 부품 간의 일정한 간격으로 원활한 움직임을 추구하는 정교한 기계 생명체의 모습으로 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추구해왔던 것과는 또 다른 질서가 작가의 작품에 녹아들기 시작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작가의 새로운 질서가 녹아있는 조형 언어의 중심에는 육면체가 있다. 몇몇 작품 속 육면체는 조화로운 비율과 대칭적인 모습으로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질서의 모습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형상이 무질서 속의 다분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작품이라면 작품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또한 작품을 자세히 바라보면 첫인상과 달리 육면체가 이리저리 왜곡된 채 전시 공간 속으로 휘발되는 모습 역시 발견된다. 아마도 이를 통해 작가는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전과 사뭇 달라 보이지만 질서란 무엇인지, 옳음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걷는 예술적 여정은 변함없이 동일하다. 단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축적되며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삶의 지향점이 그에게 또 다른 작품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일 뿐일 것이다. 그리고 고정 불변할 것 같은 것들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테두리 밖의 질서를 찾으려는 작가의 고군분투를 관객들 역시 사색 속에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한광우(시각예술작가)
갤러리 이마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0길 12 AAn tower B1층
02 557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