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4 – 6. 28 | [GALLERIES] gallery NoW
김대섭
물아(物我), 44.3×43.8, Oil on wood, 2025
과일의 껍질에 배어 나와 하얗게 분처럼 굳은 당분을 보며 마치 우주의 행성을 떠올렸다는 ‘물아(物我)’ 시리즈로 대표되는 김대섭 작가의 이번 전시는 ‘물아’ 시리즈 신작20여점과 더불어 지난 27년간의 화업의 긴 여정 살펴보는 전시이다.
김대섭은 과거 예술가들의 주요 소재로 다루었던 풍경과 정물의 소재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연과의 내부적 관계의 ‘소리 없는 대화’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김대섭은 나무(고재 )위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 그 고재 위의 과일들은 숨을 쉬며, 살아있는 생동감으로 빛나는 생명력을 지닌다. 오래된 나무 위에 작업을 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무엇과의 재 결합인 것이다. 나무 결, 나이테, 숨쉬는 촉감… 결국 그의 그림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으로 흘러간다. 왜냐하면 고재나무 앞에서 우리는 정형화된 캔버스와는 달리 심리적으로 무장해제하고 긴장감 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작가가 느꼈던 나무를 대했던 마음과 손길, 그리고 살아있는 나무 결의 흐름을 함께 느끼게 된다. 소위 옛 맛을 느끼며 감성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아(物我), 127.8×46.8, Oil on wood, 2024
그의 작품은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채로 기분 좋은 파동이 전해진다. 나무 판 위에 수많은 세계와 우주가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한 장의 정물이 탄생된다. 즉 오래된 세계(고재)와 또 한 세계(작가의 손길)가 만나지는 긴 시간으로 완성체가 되는 것이다. 공간적인 깊이와 울림 즉 김대섭의 고재와 얼크러진 공간은 확장된 깊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버려진 가구를 캔버스로의 승화 과정에서 반복적인 숱한 생성과 소멸 과정을 품고 있는 환생의 리사이클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거기에 평화롭고도 활기찬 형상의 세계로의 인도하는 경쾌함과 생동감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닌다.
물아(物我), 23.2×22.3, Oil on wood, 2025
이 전시는 정물화이지만 정물화의 그 전형성을 넘어서고, 2차원의 평면은 더 이상 평면이 아니며, 그동안의 다양한 시도와 그 경계들로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전시이다.
그의 회화 세계는 크게 네 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터-삶, 43×21.8, Oil on wood, 2008
첫 번째 연작 ‘터–삶’은 작가가 직접 밟아온 공간과 그 안에 깃든 일상의 흔적을 담아낸 작품들로, 평범한 일상의 풍경에서 삶의 빛을 포착한다. 인물이 부재한 장면 속에서도 자전거, 경운기, 농기계 등의 오브제가 삶의 결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Memory, 162.2.x 112.2, Oil on canvas, 2024
두 번째 시리즈 ‘Memory’는 유년 시절의 감각과 기억을 환기시키는 연작이다. 바람, 들꽃, 병아리 발자국 등 섬세한 기억의 단편들을 화폭 위에 불러내며, 관객의 감정과 교감한다.
사의사실, 80.0X40.0, Oil on wood, 2011
세 번째 시리즈 ‘사의–사실’에서는 동양화의 여백과 서양화의 사실적인 정물을 병치하여, 회화 전통 간의 긴장과 조화를 탐구한다. 흐릿한 먹 선 같은 느낌과 또렷한 물성이 충돌하며, 감성과 인식, 시간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펼쳐낸다.
물아(物我), 185.5×33.3, Oil on wood, 2025
마지막으로 ‘물아(物我)’ 시리즈는 고재(木材)의 나이테와 옹이, 그리고 극사실적인 과일을 결합해 하나의 은하계처럼 구성한다. 흑백의 과일 표면은 마치 행성처럼 보이며, 이미지와 실재, 회화와 오브제, 2차원과 3차원이 서로 삼투하며 새로운 시각적 문법을 제시한다.
그는 “나는 그림을 통해 존재의 본질, 삶의 기억,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사유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회화의 언어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감각과 질문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물아(物我), 45×37, Oil on wood, 2025
터전의 풍경에서 기억의 조각, 동양과 서양의 경계, 물아일체의 시선까지 4개의 시리즈로 되짚는 김대섭의 긴 여정의 회화 세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그의 20년 화업은 단순한 시간의 누적이 아닌, 감각과 철학이 응축된 서사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위와 같이 이번전시는 감동을 자아내는 ‘물아(物我)’ 시리즈, 일상에서의 빛나는 순간들의 빛을 살피는 ‘터-삶’, 유년시절의 감성적 기억들을 소환한 ‘Memory’, 동양화의 여백미에 서양화의 사실적묘사를 녹여낸 ‘사의–사실’등 긴 시간의 다양한 시도로 그 경계너머로의 김대섭의 긴 여정들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김대섭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내외에서 개인전 36회를 열면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평론가상과 수채화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미술은행, 서울지방법원, 대구법원 등 여러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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