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은 자신을 “한국의 22년차 여성 화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다.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제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화가”라고 할 때도 있다. 건조하리만치 소박한 소개와 달리 그의 팬층은 두텁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서민 주거지역이나 노동자 일터 등 현실의 여러 장소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로 명성을 얻었다. 2006년 가나아트 신진작가공모 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2012 문화체육관광부의 ‘오늘의 젊은 작가’,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에 선정된 그는 2021년엔 종근당 예술지상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현대자동차 등 여러 곳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그는 ‘연립 주택’, ‘공사장 추상’, ‘푸른 기계’ 등 서민층의 삶을 자주 주제로 다뤘다. 그는 “마흔 세 번 이사를 전전하는 등 삶의 경험을 기반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라며 “이를 기하학적 추상, 모노크롬 형식 등을 차용하여 표현하는 알레고리적(우의적) 메타회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새로운 방식의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나전칠기 기법을 차용해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이리저리 오려낸 뒤 촘촘히 붙이고 박아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사군자 등 한국적 상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KIAF 서울 2023 하이라이트에 나오는 그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 작가는 “도시에 난 고가도로의 바람을 용의 형태로 표현한 회화 작품들이 첫번째”라며 “나머지는 사군자 중 대나무를 그리되 제주 바람의 흐름을 강조한 회화 작품, 봄에 피어나는 목련의 순간적인 기세를 붓질의 필세를 강조해 그린 회화 작품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에 충실하면서도 미술사와의 연관성을 잃지 않고 중층적인 형식을 추구하는 게 정 작가 작품세계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불규칙한 수입 등 전업작가들의 고질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화업을 밀어붙여 성취한 성과다. 그는 “회화는 추구할 만한 윤리적, 영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예술 형식이기 때문에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회화에 대한 호기심과 소명의식이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새롭고 완성도 있는 회화 양식을 추구해 나갈 예정이다. 정 작가는 “재현과 추상의 구분에 귀속되지 않으면서 우리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자유롭고 직관적인 회화 작품들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관객들께서 공감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정직성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