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백남준의 작품들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의 기술에 대한 통찰과 영감 어린 서사가 결합하여 빚어내는 시적(詩的) 비전을 보여준다. 1910년경에 이미 본격적으로 현대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마르셀 뒤샹이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의 작품세계에 걸맞는 포괄적 이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백남준 역시 아직도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평가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대미술이 더욱 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사회를 반영하고 성찰할수록 백남준의 중요성은 더욱 더 압도적인 의의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점 이다.
백남준은 현대미술의 미래다.
이 전시는 앞으로 다가올 작가를 향한 커다란 흐름에 비하면 작은 파문(波紋)에 불과한 것일테지만, 더 많은 관객과 미술인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한 번 더 자세히 일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