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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노래

정해윤

정해윤 개인전 ≪소리 없는 노래≫  포스터

“삶의 불완전함을 예술로, 침묵의 울림을 노래로”

정해윤의 작업은 늘 인간 존재의 본질과 그 삶의 관계성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사회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회화라는 언어로 형상화해 왔다. 그것은 곧 개인의 경험을 통해 시대와 사회, 타인과의 관계로 확장되는 유기적 감각의 회화이다. 보편적인 상황을 개별적인 시선으로 깊이 있게 해석해낸 그의 시선은, 동시에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의 지층과도 맞닿아 있다.

Plan B, Acrylic on thick mulberry paper, 73 x 61 cm 2025

이전 작업<Plan B>에서는 실기둥에서 뻗어 나오는 실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삶의 방향성과 그 안에서 성장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고, <Relation>연작은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서랍 형상으로 표현, 서랍 위에 앉은 박새들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맺는 관계와 공존의 의미를 섬세하게 풀어내었다. <Capitalism>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은 포장을 통해 가치가 부여되고 소비되는 재화로, 쇼핑백은 그 과정을 상징적으로 시각화 하였다.

Plan B, Acrylic on thick mulberry paper, 117 x 91 cm, 2025

이번 전시 《소리 없는 노래》는 정해윤 작업 세계의 연장선에 놓이면서도, 한층 더 깊은 사유로 들어간다.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삶에 스며든 언어의 폭력, 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과 치유의 서사이다. 특히 작가는 인조잔디라는 재료를 회화의 바탕으로 채택하며, 흔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시도로 이어간다. 인조잔디는 매끄럽지 않고 불편하며, 예술의 전통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있지만, 바로 그 거칠고 다루기 힘든 표면 위에서 얹힌 정교한 이미지들은 누군가의 상처 입은 마음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은유 한다.

Plan B, Acrylic on thick mulberry paper, 117 x 91 cm, 2025

정해윤은 이 전시를 통해 언어의 폭력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를 성찰한다. 말과 글, 행동, 눈빛, 그리고 심지어 침묵까지… ‘침묵’은 이 전시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말보다 깊은 언어, 소리보다 강한 울림. 침묵이 결코 무기력이 아닌, 가장 절제된 방식의 저항과 연대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 속에서, 침묵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힘이 되며, 때로는 언어보다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소리가 없다고 해서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소리 없는 노래》는 언어의 상처로부터 회복 중인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노래이자, 누군가의 진실된 목소리를 끝내 귀 기울여 듣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이다.

나비의 정원, 119 x93 cm, Mixed media, 2025

정해윤의 작업은 단순히 미적 대상을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의 레이어를 포착하고, 재료를 통해 철학을 말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소리 없는 노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조용하고 절제된 외침은 오히려 더 강한 울림으로 우리 내면에 도달할 것이다.

 

그의 회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가, 혹은 어떤 침묵으로 말하고 있는가?”

-송지원 (갤러리나우 큐레이터)

소리 없는 노래, Mixed media, 119 x 93 cm, 2025

[작가노트]

<소리 없는 노래>

나는 그동안 인간의 사회적 관계 혹은 삶의 보편적인 현상 속 삶을 대하는 자세의 긍정적 측면을 회화로 풀어왔다. 지난해 발표한 “평화를 살 수 있다면”이라는 전시를 통해 인간이 자아 정체성의 부존재로부터 오는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가치 있게 거듭나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인조잔디라는 재료가 캔버스나 장지의 역할의 대신해 등장하였다. 이번 새로운 시리즈 “소리없는 노래”에도 역시 인조잔디가 캔버스를 대신한다. 이는 작가의 의도적 재료의 선택이며 자신의 가치를 몰랐던 인간의 불안과 인정받고 싶지만 하찮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을 인조잔디로 비유한다. 인조잔디는 그림을 그리기 쉬운 깨끗하고 순수한 바탕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난관이 많다. 그런 인조잔디라는 요철위에 그리기에는 불편함과 핸디캡을 생각을 달리하여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술가의 행위가 덧붙여진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만들어 낸다. 이 일련의 선택과 과정은 인간이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위치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극복하고 얼마나 아름답게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반증하는 재료에 대한 작가의 회화적 해석이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현대미술에 있어 재료의 한계는 이미 없다. 남들이 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 믿었다. 재료의 의미를 앞서 전달했다면 그 다음은 작업의 본론인 내용적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소리 없는 노래”는 현대의 언어의 폭력에 대한 고통과 피해로부터 가학적 언어사용의 절제를 위한 저항의 소리를 작가의 소리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침묵은 공간을 초월한 절제 있고 고요한 외침이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떤 부분에선 침묵은 한 인간을 살릴 수 있는 그 어떤 강력한 의료수단보다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  비극은 우리가 가장 아름답고 정점에 있을 때 음습한 곳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가오기에 그 폭력에 무방비로 당하는 것이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표현함으로써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언어폭력에 대한 역설적 저항과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소리 없는 노래, Mixed media, 119 x 93 cm 2025_3

새는 인간의 은유적 표현으로 역시 그 맥을 이어온다. 사회를 논하면 인간이 빠질 수 없고 인간은 사회적 관계가 크던 작던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들어 주길 바라며 살아간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생각을 전달하는데 있어 소리의 형식으로는 말이나 글, 그림 , 노래 , 눈빛, 행동까지 그 수단은 다양하다. 침묵 마저도 강항 저항의 소리일 수 있다. 소리의 내용으로는 사회에 대한 긍정적 반향을 위한 유익한 소리도 있지만 반대로 집단적 이기심이나 개인의 감정적 불평을 소리라는 수단으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물론 혼자 내고 혼자 듣는 소리는 근거가 없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소리를 듣는 대상이 대중이고 의도가 어떤 대상을 왜곡하고 대상의 존엄을 헤치는 내용이 있는 노래라면 그 소리는 폭력이다. 소리는 자유의 상징이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권리이다. 하지만 대중을 향한 소리는 소리를 내는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며 거짓 없이 사실을 바탕으로 소리를 내는 장소와 취지에 맞는 내용이어야 설득력이 있다. 이 사소한 기본적인 배려를 무시한 채 살아가는 언어의 폭력의 환경에 노출되어 누군가는 우울증에 빠지고 누군가는 공포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그 안타까운 대상이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염두하고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인격존중의 범위에서 절제된 소리를 내야 되지 않을까.  소리는 수단일 뿐이고 자유의 상징일 수 있지만 소리가 없다고 해서 노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언어의 폭력은 자신의 나약한 점을 더 드러내는 행위 일 뿐 상대를 깎아 내리고 누른다고 자신이 더 나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언어폭력의 노출된 분들에게 당신들의 진정한 노래를 듣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위로와 희망을 전합니다.

정해윤

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2길 16
02-72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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