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Hakgojae Gallery
2022. 1. 7 – 2. 6
이봉상, 류경채, 강용운, 이상욱, 천병근, 하인두, 이남규
한국 추상화가 7인, 우리 미술의 뿌리를 찾다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중문화 분야의 눈부신 성취에 이어 ‘K-아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서울이 세계 미술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잇따라 서울에 분점을 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서울과 런던 프리즈가 올 가을 첫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있다.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미술이 새롭게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근자에 한국의 ‘단색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단색화로 촉발된 한국미술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힘과 정신을 살피고, 우리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는 일이 과제다. 특히 국제 미술계에서 추상회화의 강세를 염두에 둘 때, 단색화 전후좌우로의 미술사 연구의 확산과 작품의 시장 유입이 시급하다.
학고재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 추상화가 7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1920년대 출생 작가를 중심으로 해방 제1세대 작가까지를 아우른다.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이룩해낸 작가들이다. 전시 제목의 ‘에이도스(eidos)’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존재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상(事象)의 본질을 좇는 추상회화의 속성을 에이도스라는 개념에 빗댄 것이다.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예술, 한국 정신을 세계 보편의 형식에 담다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얼굴을 되짚고, 그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한다. 20세기 추상회화를 이끌었던 7인의 작고 작가,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동시대 미술의 거대한 물결을 공유하면서, 서구 조형어법에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한국미술의 유산이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지역 특수성과 세계 보편성… 이항대립의 인력과 척력을 헤쳐 나갔던 가열한 모색과 천착의 산물이다. 여기, 이 땅에서 펼쳤던 치열한 ‘자기화의 몸부림’이었다. 이 자생의 길은 21세기에 와서 단색화가 국제무대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기적을 낳았다. 한국의 추상회화는 서구 미술의 추상 계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추상미술=형식주의(formalism)’의 단순한 도식에 결코 가둘 수 없다. 추상이라는 형식과 구조에다 모국주의(vernacularism)적 표현 내용과 정신, 시대 상황까지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들춰보아야 한다.
이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양식을 따라잡는다. 형태의 환원과 원시적 비전(이봉상),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류경채), 서체적 충동의 추상 표현(강용운), 서정적 액션의 분출(이상욱), 초현실주의적 신비주의(천병근), 전통 미감과 불교적 세계관의 현대적 구현(하인두),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빛(이남규). 그리하여 이 전시는 한국미술의 지평에 다음과 같은 의제를 던진다. 한국과 서구의 추상회화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한국 추상회화의 가족유사성은 있는가, 있다면 그 조형적 혈맥의 요체는 무엇인가.한국 추상회화는 전통을 어떻게 양식의 자양분으로 삼았는가.동양과 서양 미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바로 추상회화의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묻는다. ‘나’와 ‘우리’를 주어로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다시 써내는 일이다.
학고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0
02 720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