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org는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습니다. Edge, Chrome 등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스며든 순간

권소영, 우지윤, 윤혜진

히든엠갤러리는 오는 3월 6일부터 3월 27일까지 권소영, 우지윤, 윤혜진 작가의 3인전 <스며든 순간>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포착한 순간과 풍경을 회화로 재해석하며, 그 안에 스며든 감각과 내면의 서사를 담아낸다.

권소영_억새의 파도, 한지에 수묵, 65.1×45.5cm, 2024

권소영 작가는 직관적인 시선으로 자연을 인식하고, 이를 새롭게 변주된 풍경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그는 운명처럼 스며든 자연과 교감하며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잠재된 감정과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을 마주한다.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고 순간을 기록하며, 미묘한 자연 현상을 직관적으로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실체가 드러나는 물리적 세계와 감각으로 인식하는 세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혼합된 풍경을 구성한다.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모든 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연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비현실적인 순간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화면 안에서 순간의 기억들을 유동적으로 표현한다. 이 기억들은 그의 주관적이고 순간적인 의식 상태에 따라 변주되며, 화면 속에서 다시금 뒤섞여 또 다른 공감각적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회화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감각과 감정이 혼합된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서 존재하며,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시한다.

우지윤_스물여덟번의 계절, Oil on canvas, 33.4×53, 2024

우지윤 작가는 현재의 일상에 스며든 사적이고도 미묘한 순간들에 주목하며, 감정과 기억,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섬세한 변화를 포착하고 기록한다. 과거의 기억을 좇아 도달하지 못하는 장소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시선을 현재로 옮겨, 삶 속에서 스며드는 감각을 더욱 깊이 탐구한다.

작가는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거나 있는 그대로 사랑할 때 남겨지는 흔적들을 캔버스에 담는다. 이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형상화한다. 기억의 한 조각에 스며든 소중한 대상들, 삶이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들, 그리고 개인의 내면 속에서 축적되는 진실된 이야기들은 하나씩 쌓여 어떠한 장소가 된다. 특정한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붓질과 레이어를 통해 감각적으로 구성되는 공간으로, 작가의 삶 속에서 경험한 감정과 기억의 집합체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삶의 순간 속에 깊이 몰입하여, 그 순간이 지닌 진정성과 내면의 작은 진실들을 포착하려 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모호한 경계를 탐구하며, 그 안에서 발견된 삶의 의미와 서사를 화폭에 담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이 만들어낸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게 된다.

윤혜진_Banal Scene, Oil on canvas, 38x55cm, 2025

윤혜진 작가는 흐릿한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조형적 요소를 발견하고 ‘보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탄생과 동시에 자리하는 끝에 대해 사유하며, 지나간 마지막의 장면들을 직시하는 대신 우회적으로 바라본다. 이런 대상은 온전히 가늠할 수 없는 상태로 흐릿하게 표현되며, 초점이 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형상과 색, 분위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절된 시간 속에서 벗어나 연상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관람자가 다음 장면을 예측하게 만든다. 작가는 여러 번 물감을 덧바르며 적절한 색과 형태를 찾아내고, 우연한 붓질 속에서 새로운 조형적 요소를 발견하며, 이를 통해 화면을 완성해 나간다.
풍경처럼 보이는 원, 적절한 곡률을 가진 선, 화면을 나누는 분할은 관람자로 하여금 또 다른 장면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색의 중첩과 화면의 이동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작가 특유의 ‘느껴지지만 설명할 수 없는 색’이 완성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직접 느끼며 직면해야 하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 속 장면들은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탐색을 유도한다. 색의 배치, 레이어의 중첩, 흐릿한 형상들은 특정한 장면을 고정하기보다,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관람자 스스로가 의미를 만들어가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화면을 만들어내며, 특정한 순간을 재현하기보다 지속적인 흐름 속에서 확장되는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권소영, 우지윤, 윤혜진 세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순간을 포착하고, 그 안에 스며든 감각과 기억, 서사를 회화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이다. 권소영이 자연과 교감하며 감각의 흐름을 포착하고, 우지윤이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장소를 구축하며, 윤혜진이 흐릿한 시선 속에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것처럼, 이들의 작업은 각각의 개별적인 시점에서 출발하지만 ‘순간이 머무는 방식’에 대한 탐구라는 공통된 흐름을 공유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모든 순간이 뚜렷이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순간들은 스며들 듯 우리 안에 자리하며, 감각과 기억으로 남는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순간들이 어떻게 회화적 언어로 변주되고, 감각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자리이다.
관람객들은 이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스며든 순간들을 떠올리고, 회화 속에서 흐르는 감각의 결을 따라가며,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히든엠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86길 16 제포빌딩 L층, 06223
+82 2 539 2346

WEB  INSTAGRAM

Shar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