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Gallery Doll
2023. 7. 5- 7. 18
최혜연
최혜연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호흡을 잃지 않는다. 천천히 느린 시선 속에서 어떠한 것들을 바라본다. 문득 마주한 현실은 경험과 기억에 의해 감정으로 변화하고 이 때 풍경은 시작된다. 분명한 형상이 있지만 작가는 화면 밖 다양함에 주목한다. 관찰보다는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형상이며 시선이 머무는 그 접점에 따라 장면이 달라지기에 작가에게 외형의 묘사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걸러지고 다듬어진 형상은 빛바랜 추억처럼 잔상으로 남긴다. 서로 다른 물성들이 어울려 중첩될 때 덩어리가 되어주고 유유히 흐르는 선은 안료의 번짐과 스미는 성질로 한지에 잘 안착된다.
어두움과 밝음이 절묘하게 조화된 화면 속에 빛이 발견되거나 비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경계가 불분명한 그림자, 계단을 덮은 비닐 등 주관적이지만 객관화되는 현실들로 시선을 살짝 비트니 낯선 장면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감성의 가느다란 울림이 있는 풍경이며 정서적으로 마침내 편안함을 주는 특별해지는 모습들이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무의식적으로 올라온 붓질이 시간의 중첩을 말해준다. 왜라는 물음이 감정으로 돌아올 때 우연히 사물들을 발견하고 삶에 대해 생각한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인간의 감정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고달픈 현실을 잠시 뒤로 하고 그림을 그릴 때 작가는 세상과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형상의 왜곡은 심하지 않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심스러운 눈길이 여전한 진행형이다. 작가가 느끼는 일렁거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삶을 전제로 하기에.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739-140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