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갤러리
스페인 작가 자비 솔라는 닮게 그리는 대신 인물의 성격과 감정을 그린다. 그는 영화 스틸과 패션 화보, 소셜 미디어에서 얻은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대로 베끼지 않는다. 붓이 지나가는 사이 인물은 현실과 허구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는 “성격과 모순, 정서적 깊이가 형성하는 아름다움”에 관심을 둔다고 말한다.
자비 솔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 2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며 동시대 구상 회화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다져왔다. 런던과 마이애미, 제네바의 오페라 갤러리,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알수에타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이어왔다. 2014년 대만 영 아트 타이베이에서 영 아트 어워드를 받았고, 2010년 스페인 지로나 비엔날레에 선정됐다.
그의 작업은 속도에서 출발한다. 그는 캔버스 앞에서 머뭇거리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도록 빠르게 그린다.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한 번의 붓질로 끝나는 작은 드로잉을 여러 장 그려두고, 그 즉흥성을 캔버스로 옮긴다. 주재료는 유화 물감이지만 표현의 폭을 넓히려고 아크릴과 오일 스틱, 왁스, 잉크를 함께 쓴다. 사진이나 영상을 밑그림 삼되 그리는 도중 색과 비례, 몸짓, 구도를 수시로 바꾼다. 작가는 물감의 유연성이 “계획과 직관 사이에 균형을 이루게” 한다고 설명한다.
자비 솔라에게 제목은 그림보다 늦게 온다. 작업이 직관적으로 흘러가는 탓에, 그는 이미지가 완성되기 전에 언어로 작품을 규정하는 방식을 꺼린다. 그래서 그림이 끝난 뒤에야 고정된 의미를 씌우지 않으면서 분위기만 반영하는 제목을 찾는다. 그가 끌리는 것은 인물이나 장소, 순간을 가리키는 “간결한 제목”이다. 이런 제목은 작품을 설명하는 대신 관람객이 각자의 경험과 연상을 불러들이도록 호기심을 여는 “진입점”이 된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이번 Kiaf에서 자비 솔라는 하나의 여름을 담은 회화 세 점을 선보인다. 세 면으로 둘러싸인 U자형 부스는 관람객이 햇빛 비치는 수영장가로 걸어 들어가는 하나의 세계로 꾸며진다. 정면 벽에는 물가에 모인 여성들을 그린 ‘Baptism’과 저물녘 남성들의 모임을 그린 ‘Tonight’이 나란히 걸려, 한여름의 낮과 황혼을 이루는 두 단면으로 읽힌다. 측면 벽의 작은 초상화 ‘September’는 관람객이 안으로 들어와 몸을 돌린 뒤에야 마주하게 되는데, 계절의 끝자락에 홀로 앉은 한 여성이다. 작가는 “관람객이 특정한 이미지나 서사보다는 하나의 감정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APTISM, Acrylic on canvas, 130×162 cm, 2026
SEPTEMBER, Acrylic on linnen, 116×89 cm, 2026
TONIGHT, Acrylic on canvas, 130×162 cm,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