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9 – 10. 14 | [GALLERIES] Wellside Gallery
천리주
샘터화랑은 2025년 9월 9일부터 10월 14일까지 천리주(Chen Lizhu) 작가의 개인전 《回声》(Echoe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 연작 《冥想空间》(명상 공간)을 중심으로, 동양적 회화 언어의 정제된 미감과 더불어 감각의 확장을 실험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천리주는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에 대한 현대적 오마주를 바탕으로, 소동파를 비롯한 문인화 전통의 미학—“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을 계승하며, 회화에 시성과 명상성, 그리고 음악적 리듬을 끌어들여왔다. 이번 《回声》 전시는 그 흐름 속에서 시각과 청각, 정지와 움직임 사이의 감응을 더욱 깊이 있게 탐색한다.
Chen Lizhu, Meditation Space 20250517, 100 x 100 x 3.5 cm, oil on canvas, 2025
작가는 고전 악기 고금(古琴)의 배음(harmonics)에서 영감을 받아, 화면 위에 겹겹이 중첩되는 색과 여백, 흔들리는 선과 진동하는 결을 통해 공감각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지 시각적 인상에 그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시적 시각’으로 확장된다.
작품 속 ‘회성(回声, Echoes)’은 단지 소리의 반향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의 여운, 문학의 감흥, 전시의 잔상, 차의 뒷맛, 사랑하는 이의 눈빛, 삶에 대한 복합적인 회상의 조각들이 층층이 쌓여, 감각과 기억의 공간을 조용히 진동시킨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눈으로 듣고, 귀로 느끼는 다층적인 감응의 가능성을 시적으로 그려내며, 회화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은 정서의 지점을 사유하게 한다.
Chen Lizhu, Meditation Space 20250520, 100 x 100 x 3.5 cm, oil on canvas, 2025
《回声》(Echoes)는 회화를 매개로 한 감각의 기억과 정서의 진동을 탐색하는 전시이자, 천리주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동서화합’과 ‘시간의 내면화’라는 주제를 보다 섬세하게 구현한 결과물이다.
천리주는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상하이사범대학교에서 유화를 전공한 후 네덜란드 한자 미네르바 아트 아카데미의 프랑크 모어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수학했다. 대학에서는 사실주의 양식을 익혔지만, 네덜란드 유학 시절부터 형식의 구속 없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추상화에 매료되어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Chen Lizhu, Meditation Time 20240516, 30 x 30 x 3.5 cm, oil on canvas, 2024
2007년 중국으로 돌아온 후 상하이 샘터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중국 후베이성미술관, 베이징 UCCA, 광둥 OCAT 등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 박수근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왔으며, 현재 박수근미술관(한국), 후베이성미술관(중국), 베이징 성곽박물관, 상하이 양팡미술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천리주의 작업은 색채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입체적 구성, 그리고 시적 감성과 명상적 사고가 결합된 회화 언어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回声》(Echoes) 전시는 그 미학적 탐구의 또 다른 진화이자, 감각과 정서의 다층적 울림을 담아낸 섬세한 결실이다.
샘터화랑
서울시 서초구 고무래로 8길 4
02-514-5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