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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다이버

배윤환

딥다이버 포스터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은 8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배윤환(b.1983)의 개인전 《딥다이버(Deep Diver)》를 개최한다. 배윤환은 서사 중심 회화로 개인의 불안부터 인류 보편의 위기까지 관심을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우리 시대의 서사를 더욱 심화시킨다. 검정으로 재현된 작품과 전시구성은 관람객을 마치 심해로 잠수하게 하듯, 배윤환 작가의 내면세계로 깊이 몰입하게 한다.

전시 전경 (1)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배윤환은 개인의 고뇌와 시대의 징후를 우화적 서사로 풀어내는 회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초기에는 자전적 이야기에 집중했으나, 이후 기후변화, 전쟁 등 보다 넓은 사회적 이슈로 시선을 확장한다. 이번 전시에서 배윤환은 색을 배제한 검은 서사로 작가가 느낀 감정의 파편을 시각적으로 응축한다. ‘검은 그림’ 시리즈는 구체적인 묘사로 불안과 저항의 감정을 담았다. 한편, ‘서커스’ 시리즈에서는 왜곡된 선과 이질적인 도형, 뒤틀린 시공간의 구조를 강조해 이야기가 사라진 낯선 감정을 드러낸다. 이는 형식의 실험을 넘어 감정의 전달 방식을 함축적이고 직접적으로 변화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복잡하고 명확한 형상’에서 시작해 ‘단순하고 비정형적인 형상’으로 가는 여정으로 설명한다. 전시 제목 《딥다이버》는 작가가 대상을 그리며 마주한 감정의 깊이를 은유하며, 관객은 그 심연 속으로 다가가 작가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 좌석 안전벨트_Seat Belts for All Seats_2025_Acrylic on canvas_242.8 x 325 cm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전 좌석 안전벨트〉(2025)는 일상의 표어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의 불안과 충돌 직전의 긴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물을 끌어 올리는 사람이 낚는 이질적인 형상들은 서로 다른 시각언어의 충돌을 의미하며, 빠른 제스처와 중첩된 선들은 불안정한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다. 배윤환은 서로 다른 회화적 언어가 충돌하는 풍경, 그리고 이미 충돌해 조각난 상태를 붙잡고 있는 불안한 시대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기록한다.

오아시스-365. 3_Oasis-365. 3_2025_Acrylic on canvas_112.1 x 145.5 cm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오아시스 365’(2025)는 색채가 적극적으로 활용된 연작이다. 흑색을 배경으로 오징어잡이를 묘사한 이 작품은 컬러 먹물을 난사하는 오징어와 색을 뒤집어쓴 선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작가는 오징어 먹물이 터질 때마다 선원의 몸이 먹물로 뒤덮이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종국에는 모든 선원이 검은색으로 뒤덮여 세상의 색(검정)과 같아지고 선원들은 사라진다는 설정이다. 다만 실제 작품에는 먹물을 오히려 풍부한 색으로 반전시켰다. 형형색색의 먹물을 뒤집어쓴 선원의 모습이 마치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우고 싶을수록 더욱 도드라지는 반복된 상황을 환기한다. 실재하지도 닿을 수도 없는 오아시스와 매일 반복되는 망상의 순환이 제목에 투영되었다.

요람_Cradle_2025_Acrylic on canvas_224.2 x 436.5 cm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요람〉(2025)과 〈우린 잘 지내고 있어〉(2025)는 삶의 균형과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다룬 작업들이다. 〈요람〉은 좌우로 격하게 흔들리는 배를 묘사하여 삶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으려는 인간의 몸짓을 담아낸다. 〈우린 잘 지내고 있어〉에서는 위태로운 동굴 속 광부들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긁고 파내고 부수는 장면을 그렸다. 이러한 상황은 작가가 처한 창작의 현실과도 오버랩된다. 배윤환은 이를 통해 불완전한 삶 안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두 작품 모두 검정 톤의 화면과 반복되는 선, 극적인 구도가 활용되어, 불안의 정서를 극대화했다. 이로써 혼란과 균형, 무너짐과 회복 사이를 오가는 삶의 진동이 살아가는 것의 본질임을 알린다.

우린 잘 지내고 있어_We’re Good_2025_Oil pastel on canvas_250 x 1,000 c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이야기 중심 회화에서 벗어나, 보다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익숙한 형상과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고, 감정의 파편과 흔들리는 욕망의 흐름을 선과 면, 명암의 대비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서커스’ 연작(2025)에서는 왜곡된 원근법과 불균형한 화면 구성을 통해 조형 감각, 그 자체를 시각화한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서사가 돋보인 완성된 형태의 화면 대신 이제는 비정형의 화면 구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배윤환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낯선 감정이 화면에 머무르도록 의도했다고 밝힌다.

전시 전경 (2)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이 외에도 작가의 회화적 여정을 함축하는 100여 점의 드로잉이 함께 전시된다.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받아 단축적인 표현 방식이 두드러진 ‘마티스는 단서를 남겼다’ 연작(2025)과 특정한 사건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꼬집는 ‘선크림’ 연작(2025),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와중에도 그것을 배경음으로 소비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사이렌’ 연작(2025)을 비롯해 금이 얼굴에 박힌 광부들의 초상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곱씹어보는 ‘두 번 내려쳐’ 연작(2025) 등에 시대의 풍경을 담아낸다.

전시 전경 (3)_Courtesy Space K Seoul and Junho Lee

이번 《딥다이버》 전시는 배윤환에게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실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오늘날 회화가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고 감각될 수 있는지 제안하는 전시다. 작품에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계속 관찰하고 연결하고 표현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반영되며 내면 깊숙이 다가간다.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감각, 파편처럼 흩어지는 기억, 그리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욕망이 작가의 화면과 전시를 관통한다. 이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흔들림을 깊이 응시하는 시도이며, 관람자에게 내면을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스페이스K 서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02-3665-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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