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05 – 2025. 01. 04 | [GALLERIES] Gallery Joeun
기억과 시간을 잇는 예술-성연화 개인전
Identity 24-001-008 ~ 010, 2024, Hanji, mixed media on canvas, 145.5 x 112.1 cm
갤러리조은이 오는 12월 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미술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속작가 성연화 개인전을 개최한다. ‘Identity, 정체성’을 타이틀로 하는 이번 전시는 성연화 작가의 통산 9번째 개인전이자 연말 선물전으로 구성되었다. 대구 계명대학교 서예과 졸업 후, 일본에서 현대 문자 추상 서예 공부를 이어간 작가는 한지와 서예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또한 주요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완판’이라는 성과를 이루며 국내 미술계의 떠오르는 블루칩 작가로도 부상했다.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 다수의 해외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2021년 LA 아트쇼, 2022년 포커스 아트페어 파리, 아트 마이애미에서 전 작품 솔드아웃되며 해외에서의 관심 역시 뜨겁다. 삼성 갤럭시 워치 광고(2023, 손흥민편), LG 일룸 광고(2023, BTS RM편)에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며 상업 브랜드 광고 분야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Identity, 정체성’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의 흐름, 그 안에서의 ‘찰나’의 감정을 절제와 비움의 미학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전시된다. 더욱이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붓질의 즉흥성과 집중력’이 두드러진다. 작가의 대표작 Identity(정체성)을 비롯해 따뜻한 브라운 톤의 Serenity세레니티(평온), 그리고 그간 많은 사랑은 받아온 Flow플로우(흐름)등 3가지 시리즈를 선보인다. 소품부터 120호의 대형 작품,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25점의 신작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며, 성연화만의 독창적인 미감과 깊이 있는 정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Flow 24-003-006, 2024, Hanji, mixed media on canvas, 193 x 130.3 cm
-작업에 녹아든 기억과 심리적 여정
‘線’(선)은 곧 정체성이다. 성연화는 아홉 살 때부터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서예 공부를 하며 매 순간 선을 그을 때마다 ‘一喜一悲’(일희일비)의 감정을 경험했다. 그날의 기분, 온도, 감정의 모든 찰나가 하나의 획을 완성했다. 서예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필획을 회화로 확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연결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과거 온기가 머무는 한옥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상상력은 현재 작업의 원동력이자 작품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다. 그녀는 일상에서 무의적으로 발생하는 ‘순수 기억’을 작업으로 승화하며, 부모와의 아름다운 기억을 예술로 표현한다. 과거의 기억을 단순 재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 감각적 경험과 내면적 성찰
사찰에서 얻은 시각적 철학적 경험 또한 그녀의 작업에 반영되는데, 이는 명상과 내면의 수양으로 ‘비움과 수양’을 실천하며 무념의 상태로 작품을 완성해 낸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기억과 현실을 잇는 다리이자, 예술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붓질, 간결하지만 깊은 울림의 선
붓질의 즉흥성과 집중력이 두드러진다.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하여 완성된 필선은 감각적이고도 직관적이다. 작품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이 과정을 통해 필선과 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 중 하나이다. 선과 면을 사용함에 있어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 작품의 정수를 강조한다. 선은 간결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며, 면은 그 선을 감싸는 역할을 한다. 특유의 안정감과 평온함을 강조하며 이를 품은 면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상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Serenity 24-002-008, 2024, Hanji, mixed media on canvas, 100 x 80.3 cm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담아내는 독창적 예술 세계
”오래된 것에 따스함이 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한지와 안료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며, 전통적 기법과 독창적 과정을 결합해 작품을 완성한다. 거친 수제 한지를 돌로 문질러 질감을 만들고, 인센스를 이용해 한지를 태워 조각낸 뒤 캔버스에 붙인다. 이후 전통 채색 기법인 ’중색(重色)’으로 안료를 쌓고, 아크릴 물감과 파라핀 코팅으로 마무리해 동양화에서 보기 드문 강한 마티에르를 만들어낸다. 작업의 마지막 단계에서 서예 붓을 사용해 갈필(渴筆) 기법으로 한지 위 가늘고 긴 추상적 선을 한번에 그려낸다. 자유로운 선과 수직, 수평으로 정돈된 화면은 조화를 이루며 조형적 긴장감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작품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 선은 그녀가 이야기하는 ‘정체성’ 구현의 화룡정점이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지난 작업들이 한옥 처마 끝에서 똑똑 떨어져 튀는 물방울이었다면, 이번 작업들은 비 온 뒤 먼발치에서 내려다본 한옥과 자연을 잔잔하게 뒤덮은 안갯속 기와집 과도 같다. 혼신의 집중력으로 올려진 선은 최대한 절제되고, 선을 품고 있는 면과 하나되는 작업이다. 하나하나가 요동치지 않고 전체가 잔잔하게 어우러진다. 과거의 시간에서 현재를 담아내는 것이고, 시간을 되돌려 그 시간을 오늘에 몰아넣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 것이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론이 될지언정, 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정체성이자 작가로서의 정체성임이 분명하다”라고 평한다. 또한 한 해가 저무는 시점, 시간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각적으로 그려낸 성연화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을 찾는 분들께 특별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갤러리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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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90-5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