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3 - 11. 16 | [GALLERIES] Peres Projects Berlin
브렌트 웨든
Installation view, Brent Wadden, ‘ASLSP’, Peres Projects, Berlin. Courtesy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Jerzy Goliszewski
페레스프로젝트는 브렌트 웨든(1979년, 캐나다 노바 스코샤)의 《최대한 느리게 ASLSP》을 개최한다. 이는 작가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여섯 번째 개인전이자 베를린에서의 네 번째 전시이다.
Installation view, Brent Wadden, ‘ASLSP’, Peres Projects, Berlin. Courtesy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Jerzy Goliszewski
최대한 느리게.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가 1985년에 작곡한 ‘ASLSP’는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을 끝없이 늘려, 소리를 정적으로 엮어 연주된다. 브렌트 웨든의 《최대한 느리게》는 이 음악적 코드를 양모, 면, 아크릴 실로 변환해 거대한 기하학적 추상화를 직조해 낸다. 가장 느린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웨든의 작업은 베틀에 앉기 훨씬 전부터 꼼꼼하고 세심하게 시작된다.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이베이(eBay), 페이스북(Facebook) 시장에서 중고 재료나 오래된 실을 찾아내는 과정은 필수적이면서도 하나의 과업으로 여겨진다. 그의 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아이디어의 시작과 완성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 느림은 의도적이며 필수적인 요소로, 웨든의 작업에서 이미지를 구성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Brent Wadden, Untitled, 2024, Painting –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in the artist’s frame, 202 x 146 cm (80 x 58 in)
브렌트 웨든은 직조공처럼 표면을 구성하지만, 화가처럼 접근하여 자신의 직조물을 회화라고 부른다. 그는 유화로 시작했는데, 초기 회화 작품의 물성이 직물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섬유 작업으로 이어졌다. 복잡한 직조 패널을 꿰매서 캔버스에 올린 후, 회화처럼 늘리고 액자에 넣는다. 형태와 색상이 생겨나고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은 물감 덩어리나 섞인 붓질과 유사하지만, 그의 작품의 물리적 구조는 표면과 이를 덮는 재료가 동시에 존재하는 점에서 독특하다. 매체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규율 간의 위기가 해체되는 것이다. 브렌트 웨든의 직조 회화는 체계적으로 숙련된 손과 호기심으로 만지는 손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Brent Wadden, Untitled, 2024, Painting –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in the artist’s frame, 184 x 160 cm (72 x 63 in)
직조와 회화는 구성에서 미세한 불완전함이 발견될 때 더욱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진다. 종이에 자유롭게 그어진 선처럼, 약간 구부러진 실은 미묘한 곡선을 이루며 작품의 수공예적 특성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브렌트 웨든은 초심자의 마음을 유지하며 직조를 독학했고, 2년마다 베틀을 바꾸며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호기심 가득한 접근 덕분에 그는 불완전함을 포용하고 예상 밖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그로 인해 작품에 놀라움의 요소를 더한다. 음악 ‘ASLSP’에서 느린 템포가 세심하고 계산된 것이라면, 그 과장된 느림은 다소 진지하지 않거나, 때로는 불쾌하고 익살스러운 면마저 느껴진다.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거나 성가시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려는 농담처럼 말이다. 웨든의 직조 작업에서도 유사한 특징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구성이 회화적이고 명확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불규칙한 직조로 인해 구불구불한 선과 직선 사이의 미묘한 대비가 드러나며, 직물은 솟아오른 부분과 툭 튀어나온 것들, 매듭들을 보여준다.
Brent Wadden, Untitled, 2024, Painting –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in the artist’s frame, 130 x 127 cm (51 x 50 in)
이러한 비일관성은 결코 되돌리거나 ‘고정’될 수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브렌트 웨든은 직조할 때 단지 몇 미터 앞만 볼 수 있으며, 완성된 작업물은 베틀 뒤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특정 색의 실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색의 실을 추가하여 작업을 계속한다. 패널이 완성되고 전체 직조가 형태를 드러내야만 모양, 색조, 음영의 변화와 전체적인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방식의 직조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개념 없이 현재가 펼쳐지면서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 여기서 우리는 연주자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음이 등장하고 머무는 현재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케이지의 곡을 다시 만나게 된다. 소리에서든 실에서든 ‘최대한 느리게’라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를 의미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Brent Wadden, ‘ASLSP’, Peres Projects, Berlin. Courtesy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Jerzy Goliszewski
이 전시는 브렌트 웨든과 페레스프로젝트가 함께 하는 여섯 번째 전시이자 베를린에서의 네 번째 전시이다. 그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페이스 갤러리(Pace, 2023), 뉴욕 미첼인네스 앤 내쉬(Mitchell-Innes & Nash, 2023), 서울 페이스 갤러리(2022), 파리의 알민 레쉬(Almine Rech, 2022), 페레스프로젝트(2021), 브뤼셀의 알민 레쉬(2019)에서의 개인전과 캐나다 밴쿠버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Gallery, Vancouver, 2018)에서 킴벌리 필립스(Kimberly Phillips)가 기획한 개인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베이징 X 미술관(X Museum, 2023),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페이스 갤러리(2023), 베를린 헝가리 문화 센터(Collegium Hungaricum, 2023),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Whitechapel Gallery, 2021), 미국 마이애미 루벨 뮤지엄(Rubell Museum, 2017), 일본 군마 현대미술관(Gunma Museum of Modern Art,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소개되었다. 그의 작품은 마이애미 루벨 뮤지엄, 로스앤젤레스 마르시아노 컬렉션, 파리 루이비통재단, 일본 군마현대미술관의 타구치 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다.
페레스 프로젝트 베를린
Karl-Marx-Allee 82, Berlin, Germany
+49 30 275 950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