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 - 9. 22 | [GALLERIES] EM
무나씨
Moonassi, Acrobat1, Ink and acrylic on Haji, 193.9 x 130.3, 2024
짓고 허무는 경계 (2017), 마음의 불꽃 (2018), 모호 (2021), 스밈 (2022), 아완我玩 (2023), 미묘美妙 (2024). 이전 전시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내면에 이는 파동에 대하여 일관되게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 ‘찰랑’에서는 두 인물이 서로의 장력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형상이 담긴 대형작업을 포함한 회화 십여 점을 소개한다.
무나씨 그림은 간결하며 절제미가 있다. 한지 위에 먹을 주재료로 흑색과 백색만을 취한 것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암흑으로 표현된 호수나 배경 등은 초현실적이고 꿈속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무한한 내면의 풍경을 예시한다. 색의 제한은 그림 속에서 한계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해방에 기여한다.
Moonassi, Endless emotion, Ink and acrylic on Haji, 91.0 x 116.8, 2024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무표정한 인물의 생김새도 간결한 아름다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마주할 때 상대의 기분이나 정서를 알기 위해 얼굴 쪽에 시선이 가기 마련인데, 이는 그림 속 인물을 살필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나씨의 그림 속 얼굴들은 대체로 관람자가
서있는 이곳보다는 저 멀리 혹은 저 아래 깊숙이 어딘가로 향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껏 더 집요하게 얼굴을 살필 여지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얼굴에서 어떤 실마리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표정보다는 여백이 존재하는 얼굴 위로 가지런한 먹선이 분명한 형상을 채우고 이루어 나갈 뿐이다
물속에 있으면 내가 출렁이는 물결을 만들기도 하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울에 몸이 이리저리 휩쓸리기도 한다. 동조하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주고 저항하면 엉성하게 휘청이며 되려 또 다른 물살을 만들고 말 것이다. 차차 알게 되는 것은 힘을 빼야 편안히 쉴 수 있고, 나의 동작이 이 물살을 타야 비로소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흐르지 못하고 고립된 채 가라앉아있던 마음이, 관계가 시작되자 흐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모든 물결을 헤아릴 수는 없다. 다만 각기 다른 감정들의 면면을, 삶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관계 속에서 균형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 무나의 얼굴에 비쳐 일렁이는 우리의 마음도 찰랑이고 이따금 반짝이기를.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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