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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프리퀀시

김영헌

Installation View of KIM Young-Hun: Frequency at Hakgojae Gallery

김영헌(金永憲, 1964-)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영국 런던예술대학교 첼시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래로 미술계의 주목을 이끌며, 의미 있는 형식의 설치미술로 우리나라 미술의 혁신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 1990년대 동물의 날고기로 만든 인체 형상이나 실험용 쥐를 사용한 설치 작품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김영헌은 영국에서 수학한 후 회화로 전향했다. 이후 프랑스와 독일, 미국을 오가며 활동을 지속하면서 이름을 알려왔다. 현재 뉴욕, 프랑스, 홍콩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학고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김영헌 KIM Young-Hun, P23043-일렉트로닉 노스탤지어, P23043-Electronic Nostalgia, 2023, 린넨에 유채 oil on linen, 100x80cm

김영헌 작가는 어떻게 글로벌 미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는가? 회화 세계의 축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으며, 그 신회화(new painting)의 요구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화가들은 마음의 심상을 표현하거나, 외부 세계를 재현하거나, 형식미를 추구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반해 김영헌은 우주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사유하면서 내린 결론을 회화로 구성한다. 세계를 이루는 것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파동일 것이다. 이러한 물리학적 사유에서 근작 <일렉트로닉 노스탤지어> 연작이 태어났다.

김영헌 KIM Young-Hun, P23048-일렉트로닉 노스탤지어, P23048-Electronic Nostalgia, 2023, 린넨에 유채 oil on linen, 45x53cm

김영헌 작가의 두 번째 질문은 20세기 회화와 21세기 회화의 차이에 관한 질문이다. 현재 글로벌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회화는 대부분 20세기 회화의 재구성에 불과하다. 더는 새로운 것이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회화는 죽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예를 들면, 한스 벨퉁(Hans Belting, 1935-2023)과 같은 미술사학자의 진단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20세기 회화와 21세기 회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영헌 KIM Young-Hun, P23031-일렉트로닉 노스탤지어, P23031-Electronic Nostalgia, 2023, 린넨에 유채 oil on linen, 91x73cm

작가는 20세기 회화의 특징은 모더니티에 있다고 말한다. 모더니티 회화는 평면성을 본질이라고 파악했기 때문에, 평면이라는 전제 아래 회화의 순수성을 추구했다. 반면에 우리 시대 회화의 특징은 디지털리티(digitality)에 있다. 자연에서 느끼는 감각과 다른, 인공적이며 새로운 감각이다. TV 브라운관의 노이즈, 컴퓨터 화면에서 왜곡된 장면이 있다. 또 우리가 영상을 볼 때,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앞으로 넘기는 행위에서 오는 시간 왜곡의 감각도 있다.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정보나 이미지에의 노출도 디지털리티의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감각을 작가는 총체적으로 ‘일렉트로닉 노스탤지어’라고 부른다. 이러한 디지털리티는 김영헌의 회화에 그대로 살아나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회화로 태어나고 있다.

김영헌 KIM Young-Hun, P23018-일렉트로닉 노스탤지어, P23018-Electronic Nostalgia, 2023, 린넨에 유채 oil on linen, 130x97cm

김영헌 작가에게 <프리퀀시>란?

김영헌 작가는 이번 전시의 제목을 ‘프리퀀시(frequency)’라고 정했다. 어째서인가? 모더니티 회화는 순수성, 즉 회화의 영역에 여타 다른 장르의 예술적 요소가 전혀 섞이지 않은 회화를 목표로 삼았다. 가령, 회화에 문학성(서사)이 섞이면 안 되었다. 조각성(3차원적 환영)이 개입되어서는 안 되었다.

이와 반대로 김영헌 작가는 디지털리티 시대의 회화에는 그 무엇이 섞여도 좋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형식이다. 첫째, 색깔이 새로워야 한다. 따라서 김영헌은 CMKY에서 RGB로 이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둘째, 형태와 구성이 새로워야 한다. 김영헌의 회화는 선과 선이 만나서 수직적 라인 집합체를 이루는데, 그 라인 집합체는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을 갖기도 하고, 고체처럼 견고한 느낌을 주기는 집합체도 있으며, 때로는 가벼운 기체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색을 충돌시켜 절묘하게 어울리게 한다든지, 이미 구축된 형식을 파괴하여 새로운 감각을 창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이 주파수가 우연히 맞을 때 화음(음악)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회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이즈와 보색, 상극이 우연한 회화적 주파수에 의해서 시각적 경이가 되는 것이다. 김영헌 작가가 추구하는 경지이다. 이를 작가는 회화적 주파수, 즉 프리퀀시라고 명명한다.

학고재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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