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1 - 6. 24 | [GALLERIES] Garam Gallery
구상희
Trace of Sans – FLOW, Acrylic, resin on wood, 97x163cm,2024
모든 물감은 주어진 사각형의 화면 안에서 자기 생을 마친다. 회화는 화면 바깥에서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반면 구상희의 작업은 화면의 바깥을 부단히 모색하는 동시에 그 접점에서, 경계에서 사는 물감, 회화의 존재를 보여준다.
Trace of Sans – FLOW, Acrylic, resin on wood, 61X91cm,2024
우리가 구상희 작가의 그림을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적인 캔버스 작업에서 이루어지는 관습적인 피부의 효과를 배제해야 한다. 이미지나 붓질, 형상과 배경의 관계 등이 여기서는 가능한 의도적으로 지워진다. 그저 묽고 무거운 물감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수행하듯이 바닥을 향해 흘러내릴 뿐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의지와 자연법칙이 공존한다. 생각해 보면 이 그림에서 물감들은 전적으로 수직으로 하강한다. 그것은 지표를 향한 길이고 중력에 순응하는 일이며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대지의 본성에 결박되는 일이다. 직립한 인간의 수직에 대한 동경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을 종내 수평으로 무너지게 하려는 의도적인 그리기, 칠하기다.(그래서 근작에는 부분적으로 뜯겨진/의도적으로 절취해 놓은 화면이 전시장 바닥에 처연하게 놓이는 연출을 볼 수 있다.) 이 작업에서 지향하는 수평성이 지닌 의미는 중요해 보인다.
Trace of Sans – FLOW, Acrylic, resin on wood, 70.5×15,70.5x30cm2023
구상희 작가의 그림에 결정적인 요소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화면 자체를 들어내는 일, 물감이 화면 자체를 이루면서 전적으로 현상적인 측면을 노정하는 일, 물감에 개입하는 시간과 속도, 중력 등으로 최종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일, 가시적인 영역으로 정면 만이 아니라 화면의 좌·우측 면 모두를 회화적 공간으로 제공해주는 일, 그리고 작업이 걸리는 전시 공간 전체를 숙주 삼아 기생해나가는 전략을 펼치면서 벽면과 밀접한 공생 관계를 도모하는 일 등으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이다.
Trace of Sans – FLOW, Acrylic, resin on wood, 70.5x15cm,70.5x30cm,2024
근작들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화면의 바깥을 부단히 모색하는 작가의 작업의 요체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Trace of Sans – FLOW, Acrylic, resin on wood, 73x91cm,2024,L자형
“구석진 주변과 모서리가 중앙중심사고에서는 소외된 공간이듯, 프레임은 주목받지 못하는 화폭 너머의 공간이었다. 작업은 그 소외된 공간에서 출발했다. 죽었던 프레임은 화려한 색감으로 되살아났고, 구석과 모서리는 색감의 발원지가 되었다. 작업의 시선은 물감을 타고 주변으로 흐른다. 흐름은 중력이자 무의식의 시간성이기도 하다. 물감은 화폭의 경계를 넘는다. 화면 끝 드롭에서 색감은 정점을 이룬다. 이것은 경계에 서식한다. 그러나 물성은 끝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물성은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한다. 화폭과 경계를 넘어, 그 어딘가에 위치한다.” – 구상희
Trace of Sans – FLOW, Acrylic, resin on wood, 146x113cm,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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