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 - 6. 22 | [GALLERIES] ARARIO GALLERY SEOUL
차현욱
Installation view_CHA Hyeonwook_Low Glide_ARARIO GALLERY SEOUL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4년 5월 1일(수)부터 6월 22일(토)까지 차현욱(b. 1987) 개인전 《저공비행》을 연다. 차현욱은 기억과 상상 속에 자리한 자연과 사람의 풍경을 잔잔한 몽환적 분위기의 회화로 표현한다. 기법 상의 특징은 전통과 현대의 뒤섞음이다. 한국화의 형식과 재료에 기반한 그의 회화는 전통적인 채색화 기법을 온전히 따르지 않는다. 한지에 압을 주어 자국을 내고, 입체감을 얻은 표면 위에 겹겹이 색을 올려 섬세하게 채색하는 그만의 응용된 방식으로 대상과 풍경을 묘사한다. 아라리오갤러리 4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차현욱의 신작 회화 총 17점을 만나볼 수 있다. 현실의 소재와 작가의 상상이 결합하고, 과거와 현재의 서사가 교차하는 가운데 새롭게 구축된 세계의 경관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전시다.
Installation view_CHA Hyeonwook_Low Glide_ARARIO GALLERY SEOUL
이번 전시의 주제어 ‘저공비행’은 작가 자신의 작업, 즉 ‘그리기’를 대하는 태도와 사용하는 기법을 표현한다. 넓은 숲을 낮게 비행하며 풍경과 가까이 스치는 듯한 모습을 묘사하는 단어로, 작가의 삶 속 투쟁과 때로는 좌절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한지 위에 마른 붓질로 색을 겹치고, 압을 주어 선과 같은 자국을 남김으로써 수분이 깊게 스미지 않도록 하는 독특한 제작기법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차현욱은 먹을 운용할 때처럼 마르고 짧은 붓질을 쌓아가는 방식을 채색에 응용한다. 한국적 산수화의 준법에서 비롯된 ‘선’을 주요 요소로 활용함과 동시에, 한국화 안료인 분채를 아교 및 천연 전분과 혼합하여 만든 수성물감인 ‘안채’와 조개 껍질 등 천연 석회를 재료로 하는 ‘호분’을 사용하면서도 색과 대상의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배합과 배치, 기법의 변용에 있어 서양 회화의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특성은 차현욱으로 하여금 한국적 산수화와 서구적 풍경화 사이 경계를 허뭄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공 비행(Low Glide), 2024, 한지에 안채, 호분(Powdered color pigment on hanji), 170 × 142 cm
차현욱의 작품 세계는 기억을 중심 주제로 삼아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독특한 탐구 방식을 펼친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기억들을 수집하고 예술적 형태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이러한 창작 과정 속에서 작가 스스로는 주변 세계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이 관계를 통해 형성된 개인적인 타임라인을 구축한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수집가와 달리 평범한 사물이나 개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창의적 접근이 드러나며, 이를 통해 형성된 기억의 조각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대상과 장면을 창조한다.
특히, 차현욱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와 구름은 기억과 감정을 형상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형성된 작가의 기억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기는 자아의 탐색을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의 파편들이 조합되고 변형되어 새로운 현실과 미래를 만들어간다. 그의 작품 속 버드나무는 고향에 대한 기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향나무는 어색하고 이질적인, 타지에서 이주한 또 다른 이방인의 모습에 대한 표현이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발견되는 ‘낮달’과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풍부하면서 덧없는 구름 등의 자연에서 비롯된 상징들은 시간의 경계와 작품의 몽환적인 풍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차현욱은 끊임없는 변화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현실과 미래,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5
02 541 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