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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브 셰러

Installation View of Imagine at Peres Projects, Seoul. Courtesy of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Yangian

페레스프로젝트는 이브 셰러(1987년, 스위스 졸로투른)의 개인전 ≪상상 Imagine≫을 개최한다. 이는 작가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첫 전시이자 서울에서의 첫 전시이다.

셰러의 작업은 알루미늄과 핑크 오닉스로 만든 구상 조각, 양식화된 회화, 혼합 미디어 작품 등 학제적이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정체성, 인간의 형상과 그 표현은 그의 작업의 핵심으로, 이로부터 확장하여 ≪상상≫에서 표현하는 전형적인 인간 형상은 그의 초기작에서 흔히 보이는 유명인 이미지로부터 뚜렷이 달라진다.

Installation View of Imagine at Peres Projects, Seoul. Courtesy of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Yangian

≪상상≫에서 셰러는 중력과 가벼움 사이를 오가며 두 극 사이의 균형을 찾아 현대인의 경험을 고려하는 동시에 지금, 여기라는 특수성을 넘어선다. 실제로 이 시리즈에서 작가는 주로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한 장면을 통해 낭만적인 이상을 탐구한다. 유리로 된 하트 모양의 왕관을 머리에 쓴 사랑에 빠진 듯한 한 소년은 나무에 앉아 있고, 다른 곳에서는 어린 소녀가 사랑스럽게 인형을 품에 안고 있다. 두 조형물 모두 스위스 독일의 험멜 피규어를 연상시키는데, 이와 비슷하게 이상화된 캐릭터를 표현하여 향수(鄕愁)와 순수함이 공존한다. 그 근처에는 우아한 바로크 무희가 보이지 않는 초원에서 꺾은 꽃을 들고 있다. 갤러리 벽면에 걸린 일련의 회화는 스위스에서 영감을 받은 풍요로운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Yves Scherer, Imagine, 2024, Painting – Oil on linen, 117 x 145 cm (46 x 57 in)

이러한 형상들은 물리적 존재감과 암시적인 힘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우며, 각각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누군가를 암시하고, 그들의 자세나 표정은 짝사랑에 대한 갈망을 전한다. 이로써 셰러는 사랑하는 상대방의 부재를 통해 관계성을 탐구한다. 작품의 분위기는 밝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과 같은 더 깊은 실존적 주제를 다루며,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애틋한 그리움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감정적으로 미묘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전시 환경을 조성한다.

Yves Scherer, Apple Boy, 2024, Sculpture 􀀁 Pink onyx, glass, 145 x 33 x 23 cm (58 x 13 x 9 in), Unique

또한, 작가는 조각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과 유산을 탐구한다. 이 작품들은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라 이상적인 형태를 표현하여 그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지만, 무형의 기억, 찰나의 지각과 감정에 형태와 고정성을 부여하는 매우 내밀한 작품이다. 셰러는 작품 전반에 걸쳐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는 미세한 다공성의 경계를 탐구하며 ≪상상≫에서는 공유된 문화, 특히 그의 유년 시절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스위스 산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다소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개인적 기억의 레퍼런스와 엮어 집단과 자전적인 내러티브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 특히 작가는 조각 작품에서 소중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현실로 제시하며 친근하고 가족적인 경험을 표현한다. 공간을 둘러싼 회화들은 구상 조각의 푸릇하고 무성한 배경 역할을 하고 그 추상성은 공간을 차지하는 구상 작품과 비슷하게 존재하면서도 고유한 정서적 빛을 발산한다.

Installation View of Imagine at Peres Projects, Seoul. Courtesy of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Yangian

이번 전시에서 셰러는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이어가며, 가능한 미래, 행복한 과거, 매혹적인 허구 등 특정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꽃을 줍는 소년 조각과 추상화된 꽃의 회화 사이의 관계와 같이 그는 특정 작품들 간의 관계를 구축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그뿐만 아니라, 셰러에게 소재는 은유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셰러는 금속이라는 소재가 산업 공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근거하여 금속에서 인간의 속성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인간 피사체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정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속은 또한 돌의 견고한 내구성과 암시되는 영원함 간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돌에서 시간은 숭고한 방식으로 작용하며,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상상해야 하는 것은 특정한 인간 차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자연의 웅장함이다. 특히 핑크 오닉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반투명한 가벼움, 강인함과 부드러움, 유약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과 관련 있다. 이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소재를 통해 셰러는 그의 중심 주제인 가족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고한 사랑을 강조한다.

– 사라 메서슈미트(Sarah Messerschmidt)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1길 37
+82 0 2233-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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