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5 - 11. 18 | [GALLERIES] GALLERY MAC
차규선
우리에게 ‘풍경’ 작업으로 익숙한 대구의 중견작가 차규선의 개인전이 부산 맥화랑에서 10월 25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繪畵; From Buncheong (회화; 분청으로부터)》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며,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를 대표하는 화법이라 할 수 있는 ‘분청회화’ 작업으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199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약 삼십 년의 시간을 작업에 몰두해 온 차규선 작가는 초기 유화를 주재료로 사실적 화풍으로 그리기 시작한 ‘풍경’을 현재까지 일관되게 작업 소재로 이어오지만, ‘풍경’을 풀어내는 방법으로서 형식과 재료는 끊임없는 변화와 확장을 거듭해왔다. 1999년, 기존의 사실적 풍경 묘사에서 재현의 한계를 느낀 차규선 작가는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분청사기전’을 관람한 후 분청사기 표면에 새겨진 유기적 곡선의 표현에서 회화적 장면을 포착하며 화면의 결정적 전환을 이룬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차규선 작가의 ‘분청회화’ 작업의 시작이며, 기존의 풍경 작업을 흙과 조합된 형식 실험의 연장으로서 차규선 작가 특유의 화법을 제시하게 된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시기 청자의 특색을 담아내면서도 실용적인 그릇 생산 목적으로 제작되어 왕실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었으며, 점차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제작되었다. 다양한 품격과 형식, 폭넓은 미적 취향을 반영한 ‘분청사기’는 보통 회색이나 회흑색의 태토 위에 백토로 표면을 마무리한 도자기를 이르는데, 청자나 백자와는 다른 다양한 텍스처와 질감으로 소박하고 순박함, 친숙함 나아가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차규선의 ‘분청회화’는 이러한 ‘분청사기’의 표면을 회화의 영역으로 가져온다. 기존 유화의 번들거리는 유분을 제거하고 담백함을 선보이고 싶었던 작가는 도자기 흙을 고착 안료와 섞어 캔버스 표면에 바르고 백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전면을 칠한 후 나뭇가지나 붓 등으로 긁어내거나 물로 씻어내고, 다시 물감을 뿌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우연적 효과와 회화적 자유를 극대화한다.
‘분청회화’의 형식은 작가에게 새로운 풍경, 시선, 주체에 대한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차규선 작가의 ‘풍경’은 이제 실제로 존재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풍경을 그려낸다. 왜 하필 풍경이었냐는 질문에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경주의 소나무 풍경이 그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담긴 정취로부터 출발한 작가의 풍경은 점차 대상으로서가 아닌 사유의 영역으로 자리한다. 삼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몰두한 풍경은 이제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정신적인 영역’으로 화면에 자리한다. 서구적 회화 기법과 동양의 정신성을 담고 있는 차규선 작가의 《繪畵; From Buncheong (회화; 분청으로부터)》 전시를 통해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 풍경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맥화랑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나길 162, 2층
051-722-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