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4 - 11. 11 | [GALLERIES] LKIF GALLERY
현준
작가 현준(N5BRA)은 ’던져진 사람’ 연작을 통해 관객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작가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이 물음은 2022년 유화라는 새로운 매체의 시도로 전이되었다. 유화 특유의 진득한 질감과 여러 번 덧칠한 흔적은 작가 스스로가 허무라는 빈 공간/캔버스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유화가 구현하는 즉물적 시점과 작가의 경험적 삶이 관계를 맺는 지점이 된다.
현준(N5BRA)이 작품을 통해 표현한 자기 근원과 증명에 대한 갈망은 대상 없는 불안감에 매몰되어 있던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한때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아 방황했던 내면적 경험을 토대로 삶의 단면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한 그의 자화상 격이나 다름없는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양감의 곡선들이 서로 뒤엉킨 형태가 인상적이다. 이러한 유기체적 구조는 어떠한 단일한 목적 하에 일관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며, 작가의 일순 선택의 연속인 여러 획과 캔버스 위 우연적 요소들의 무수한 결합에 따라 추상적 음향을 내는 정형으로 구현되었다.
인간 내면의 불안감과 인생의 역정은 단순한 평면이나 일선형으로 표현될 수 없을 것이다. 작품 공통의 전반적인 어두운 색채의 사용을 바탕으로 한 깊은 명암과 인물들의 무표정한 응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굽이치는 곡선과 붓 터치는 고요함 속 침잠된 오래된 불안함을 표상하는 듯하다. 강조된 역동성과 우연성은 작가 특유의 감각에 따라 정돈된 공간 구도와 함께 배치되어, 혼돈과 안정, 조화와 불균형, 발전과 정체가 반복되는 인생을 환기시킨다.
이번 연작은 공간 전체의 색채와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의 형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그림 속에서 하나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 형태와 부피를 필요로 했다. 결국 그림 속 대상(인간)은 재현된 것이 아니라 형성된 것이다. 인물들 위에 올려져 있는 구형(球形)의 모형은 구에 비추어진 빛의 방향과 명암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형태와 부피의 출발점이 되었는데, 작가는 자신이 완벽한 존재일 수 없음에도 구의 완벽함에 도달하고자 했던 방향성을 상징하는 것이라 부연한다.
구형의 모형의 역할처럼 나침반이 되어 주는 각자의 주된 가치관 내지 지표가 있을 것이다. 삶은 계획된 방향과 목적에 따라 흘러가는 와중에도 우연히 마주치는 현실과 불안함이 나름의 삶의 흔적을 남기며 때로 우리는 궤도와 방향을 수정하기도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생의 획들이 모여 큰 틀에서의 우리의 실존적 삶을 구성한다. 인간은 각 선택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각자 인생의 여정에서 순간순간 선택하는 방향과 더불어 그 방향이 외부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그 본질이 구현되기 마련이다. 작가 현준(N5BRA)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실존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를 요청한다.
글.심우인
엘케이아이에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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