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CLES] ARTIST INSIDE 2022 | Laurant Martin “Lo”
ARTIST INSIDE 2022 | 로랑마틴“로”
“첫 눈에 반한 사랑” 대나무와 대화하는 조각가
로랑 마틴 “로”는 ‘대나무 조각가’라 불린다.
그의 작업은 대나무의, 대나무를 위한, 대나무에 의한 세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술가로서의 그의 삶 역시 대나무에서부터 시작됐다.
파리의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던 차에 대나무 구조물을 처음 접했고, 보자마자 매료돼 대나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첫 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그는 말한다. 강인한 나무이면서 풀과 같이 유연하고 가벼운 대나무는 “로”에게 있어 20여 년째 마르지 않는 예술의 원천이다.
그는 여전히 대나무를 탐구한다.
마치 동양화의 일필휘지 필선이 연상되는 작품들입니다.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의 작업은 한마디로 감각을 통해 대나무와 대화를 하는 과정이죠. 작업 전에 스케치를 하지 않습니다. 미학적 구상을 미리 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일단 대나무 줄기를 물에 적셔 부드럽게 한 뒤 자르고 다듬고 마르길 기다려요. 바람과 태양 그리고 달빛까지도 작업에 관여합니다. 온도와 습도, 바람의 정도에 따라 대나무 줄기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대나무와 시적(詩的)으로 대화한다고 할까요. 그런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간 속에서의 균형감을 시도합니다.
작품을 결정하는 주체가 작가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대나무를 탐구하고 관찰하지만 식물로 대상화하지는 않습니다. 대나무와의 대화를 잘 듣고 따라가야 해요. 그래야 본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마침내 균형과 조화가 이뤄지는, 내가 포착하는 아주 특별한 진동이 있어요. 작품 자체에서 발산되는 진동인데, 그 시점에서 대화가 끝나지요.
작가 스스로 작품을 가리켜 “조각이라기보다 부적에 더 가깝다”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대나무는 정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굉장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유기체에요. 내 작품 역시 그런 에너지를 오롯이 전하죠. 이성과 합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긍정적이면서도 친밀한 기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내 작품을 부적에 비유해요. (실제로 하루 1m 이상 자라는 대나무는 2차 세계대전의 원폭에도, 베트남전의 고엽제 피해에도 살아남은 유일 식물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를 여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화마다 차이가 있던가요?
인도에서 라오스로, 베트남에서 중남미로, 대만에서 발리로, 한국에서 홍콩으로, 대나무를 일상에서 도구로 사용하는 나라를 모두 오갔어요. 저마다의 문화가 달랐지만 영적으로 매우 강한 ‘넥서스(nexus, 연결고리)’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대나무로부터 얻은 지혜, 평온함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대나무 문화에는 국경의 경계가 없어요. 한마디로 다문화적입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