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PERES PROJECTS
2023.2.16 – 4. 6
함 게르데스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은 떠오르는 독일 신예 작가인 함 게르데스(b. 1994, 독일)의 개인전 ≪ Panorama; 파노라마 ≫를 2023년 2월 16일(목)부터 4월 6일(목)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갖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새로운 주제에 관한 탐구에서 파생된, 다양한 색과 구도를 활용한 7점의 회화 신작을 선보인다. ‘문(門)’이라는 모티프에 매료된 게르데스는 문지방과 아치형 통로 및 입구를 특유의 방식으로 묘사한 작품들을 통해 물리적 공간 논리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정통 독일 추상 미술에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빛이 반사될 정도의 깔끔한 표면과 곡선과 직선의 조화, 그리고 공간적 깊이감으로 마치 3차원의 가상세계를 유영하는 듯 한 인상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 게르데스는 추상적인 상징들과 다양한 ‘형태’를 활용하며,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신비로운 세계를 표현해 내는 것으로 개성적인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작품들은 작가의 내면이 작동하는 방식을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파노라마처럼 폭넓은 시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가 탐구하는 모티프들은 추상적이지만, 그 독특한 형태는 때때로 실재하는 물체들을 암시하며 내면의 심리적인 부분과 외부의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게르데스는 공간의 논리를 모방하고 왜곡하는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현하는데, 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 및 20세기 초 형이상학적 회화와 같은 미술사 속 선례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또한 게르데스는 관객의 시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구조적인 접근법을 취하며, 평평한 캔버스에서도 깊이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환영을 만들어낸다. 또한 그는 16세기 시각 예술, 혹은 형이상학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회화에서 드러나는 비논리적인 표현을 참고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작업을 보다 확장하여 21세기 가상 풍경의 모습들을 더욱 잘 포착해 내고자 했다. 작품 속 다채롭고 추상적인 형태들은 서로 겹쳐지거나 층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비현실적이고도 복잡한 인공두뇌 시스템의 그물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르데스는 자신의 회화를 마치 조각 작품과도 같이 대한다. 그는 금속 세공품을 장식하는 고대의 세공 기법 ‘클로이조네(cloisonné)’에 관심을 두고 이를 탐구했다. 이 기법은 표면 위에 얇은 금속 조각들을 배치하여 다양한 색들로 세공품을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클로이조네는 먼저 캔버스 표면 위 단단한 조각들을 다양하게 배치해 고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이후 각각의 조각들 사이의 공백 또는 빈틈에 액체 물감을 붓고, 때때로 물감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캔버스를 기울인다. 이때 조각들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외골격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채색된 선명한 물감층을 지탱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색들이 서로 섞이지 않게끔 뚜렷하게 각 색채의 영역을 구분하는 틀이 된다. 게르데스는 이처럼 다양한 기법과 예술사적 전통, 자신만의 기술을 융합한 방식으로 작업하며, 자연적이면서 때론 예측하기 힘든 재료들에 매료되어 있다. 통제와 즉흥성이 상호작용하는 그의 작업 과정은 우연성의 실험과 철저하게 계획된 구성이라는 두 요소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클로이조니스트(cloisonnist)’ 스타일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게르데스의 작품에서 관객은 구조적 왜곡과 에어브러시로 채색된 평평한 표면 사이 감도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을 구성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림의 중심축이 되는 부분에서부터 특정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얼룩이 가득하고 서로 대칭을 이루는 듯 보이는 화면은 좌우 대칭의 잉크 얼룩으로 인격을 검사하는 로르샤흐(Rorschach) 검사의 카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형태들이 미묘하게 불규칙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추상적인 형태들이 서로 겹쳐져 채색된 화면은 관객들이 유동적으로 여기저기 시선을 이동하게끔 만듦으로써 시각적 균형을 이루게 된다.
우리가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관처럼, 이번 작품들은 전시의 제목과 같이 작가의 내면과 환상, 그리고 형이상학적 세계의 추상적인 ‘파노라마’를 구성하고 있다. 이 파노라마라는 하나의 기다란 주단은 전시 공간과 그 속의 관객 모두를 에워싸며, 작가의 예술세계로 통하는 ‘문’으로 안내한다.
함 게르데스는 그리스계 독일 작가로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의 지도 아래 2020년 독일의 쿤스트 아카데미(Düsseldorf Kunstakademie)를 졸업했다. 그의 회화는 색채, 구도 및 물질성에 관한 추상적인 연구이다. 또한 작가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기도 한다. 그는 구성과 색, 그리고 형태에 관하여 심도 있는 검토 끝에 모티프를 선택하고, 그 모티프를 참신한 방식과 표현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는 2021년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에서 첫 개인전 ≪ Staying with the Trouble ≫을 가졌으며, 뒤이어 2022년에는 두 번째 개인전 ≪ Synthetic Spirits ≫를 개최했다. 이밖에도 독일 카를스루에의 마이어리거(Meyer Riegger)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티롤 민속 예술 박물관(Tiroler Landesmuseen), 뒤셀도르프의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렘고의 아이헨뮐러하우스 시립미술관(Städtische Galerie Eichenmüllerhaus), 다름슈타트의 다름슈타트 마틸덴회에(Darmstadt Mathildenhöhe) 등 다양한 그룹전에도 참여해 왔다. 2023년 2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에서 여는 첫 개인전 ≪ Panorama; 파노라마 ≫를 개최한다.
페레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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