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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빈 <온기(溫氣)>

2022. 6. 30 – 6. 17
감성빈

< 어느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 회화적 조각을 통한 위로의 순간 >

맥화랑 큐레이터 김정원

고개를 떨군 채 절망의 심연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누군가를 껴안고 있는 인물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체를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돌멩이, 아무런 보호막 없이 벌거벗겨진 전라의 인간 군상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 속 끝없는 표류, 오래된 고목나무 껍질처럼 마르고 말라버린 두 손과 그 손으로 감싸 쥔 얼굴, 초점 잃은 두 눈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인물의 표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지지대 삼아 함께 기대고, 또 서로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형상.. 감성빈 작가의 작품에서 그동안 만나왔던 인물들이다.

조각과 회화 작업을 병행하는 감성빈 작가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슬픔과 우울의 감정을 바탕으로 작업을 풀어내며 많은 관람객에게 공감과 위로의 순간을 선사한다. 1983년생의 감성빈 작가는 중국 북경중앙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한창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르던 중 가까운 가족의 부고(訃告)에 한국으로 귀국하며 작업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고향인 창원에서 작업을 시작했던 작가의 초기 작업은 슬픔을 넘어 처절해 보이는 인물상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초창기의 작업은 작가 본인에게 직면한 고통과 슬픔을 잊기 위한 시간의 누적이었을 것이다. 슬픔으로 가득 찬 작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인물 조각들은 오롯이 작가의 자아가 투영된 슬픔의 심연에 빠진 사람들이었다. 평면 회화작업 역시 기존 조각으로 풀어내던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캔버스를 감싸고 있는 액자 역시 또 하나의 부조 작품인데, 평평한 나무 액자 위엔 인물의 형상이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캔버스 위에 놓인 인물들은 표정만으로 슬픔과 비극의 순간을 드러내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인물의 동작을 통해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인물의 실루엣은 인생의 바닥에 주저앉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하게 담아낸다. 동시에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슬픔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가족의 상실 직후 외롭고 불안한 마음을 작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정시키던 때, 따뜻함을 드러낼 질료로써 회화같은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는 작가는 하얀 조각에 색을 입히는 것이 꼭 맨살에 옷을 입히는 것 같아 따뜻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단순하게 색을 올린 수준에서는 작가 스스로 원하고 바라던 조형의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토록 회화와 색채에 몰두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의 작품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아가는 것, 비록 ‘죽음’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죽음’과 ‘삶’은 불가분한 관계라는 것, 다시 말해 ‘죽음’이 있으면 그 곁을 지키는 ‘삶’도 공존하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작업은 이전에 비해 부피감이 느껴지는 양감과 부부 혹은 가족으로 보이는 듯한 인물들이 서로 의지하며 부둥켜안고 있는 형상을 드러낸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대 삼아 얼굴을 맞대거나 빈틈없이 끌어안으며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작품의 형태적인 측면과 더불어 ‘family’, ‘위로’, ‘hug’, ‘온기’ 등의 작품 제목에서도 주변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연민, 연대감을 읽을 수 있다. ‘위로’는 내가 나와 타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건넬 수 있다. 고통 속에 갇혀있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 위로의 말이나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것이다. 개인의 슬픔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나와 비슷한 슬픔과 절망을 겪고 있는 이웃이 보이기 시작할 때, 외로움과 고통을 한시름 덜 수 있다. 연대감에서 오는 마음의 위안은 ‘온기’가 되어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민다. 감성빈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말한다. ‘너도 나와 같은 시간이 있었으리라.’

맥화랑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나길 162, 2층
051-722-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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