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2 – 10. 16 | [VISIT] SONGEUN
권병준, 김민애, 박민하, 이끼바위쿠르르, 이주요, 최고은, 최원준, 한선우
송은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전시 프로모션’ 사업의 일환으로, 《파노라마》를 선보이며 세대, 매체, 주제를 넘나드는 여덟 명의 한국 작가들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전시는 별도의 기획으로 작가들을 묶기보다, 각각의 작업 세계를 집약해서 보여줄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실천을 응집된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준다. 여덟 작가들은 저마다의 태도로 외부를 감각하고 이를 조형에 옮기는데, 이때 발생하는 필수불가결한 간격은 작가의 현존을 둘러싼 아이러니 혹은 집단적 아카이브로 변모하거나 때에 따라 미술의 정치성을 함의하기도 하고, 찰나를 감지하는 빛이나 공간적 특성을 환기하는 사운드로 치환되어 물질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Jewyo Rhii, Turn Depot, 2021–23, aluminium, iron, stainless steel. Courtesy Barakat Contemporary, Seoul
먼저, 로비를 장식하는 최고은의 작품은 벽 뒤에 가려져야만 했던 건설용 자재로 취급된 파이프를 정면으로 돌출시켜 본래의 형태와 기능을 파괴하면서도 여전히 벽과의 긴밀하고 우아한 관계성을 조명한다. 전시장 2층에 들어서면 위치한 김민애의 대형 설치는 이전작 <은둔자>를 확장해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시 겹겹이 감춰야만 그 자체로 성립될 수 있는 이중적인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와 대구를 이루는 장소특정적인 설치로 관람객의 동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와 마주보는 이주요는 미술시장 논리에서 소외된 작품을 재맥락화하는 <Love Your Depot> 시리즈를 부분적으로 확대해 전시되지 못한, 혹은 철거된 이후 공공미술이 존립하는 양태를 보살핀다. 한편 2층 길쭉한 복도 공간을 점유하는 박민하의 페인팅은 양쪽 대칭을 이루며 작가가 빛과 공기, 기억 등의 미세한 입자로 풍경을 인지하는 태도를 기하학적 도형들에 투영해 도시적 감회를 극대화시킨다.
Jewyo Rhii, Turn Depot (detail), 2021–23, aluminium, iron, stainless steel. Courtesy Barakat Contemporary, Seoul
3층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한선우의 페인팅과 조각은 파편화된 몸과 살갗 아래의 연약한 조직들이 기계 혹은 인공적인 3D 모델들과 불편하게 겹쳐지는 이미지들에 아이러니한 사실성을 부여한다. 그에 반해 쇠락한 성매매촌, 아프리카에 설치된 북한의 기념비들, 미군 기지에서 발견된 전쟁 벙커들의 잔해 등을 추적해온 최원준은 이번 전시에서 아프리카—아시아 청소년 간 문화적 교류에 기반한 상상된 내러티브를 영상, 설치, 아카이브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송은 전경 이미지©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지하 2층 보이드 공간을 메우는 이끼바위쿠르르의 설치는 자연과 유기롭게 호응하며 과거를 살아내 온 미륵이 시공을 뛰어넘어 여전히 ‘지금—여기’에도 위치한다는 감각을 환기시킨다. 마지막으로 권병준의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은 관람객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이동할 때마다 작가가 직접 채집한 서로 다른 소리를 듣게 함으로써 사운드가 시각적 감각을 대체하는 환경을 구성한다.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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