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AL ISSUE] Gwangju Museum of Art
2021. 2. 25 – 6. 27
Liam Gillick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은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이자 관계미학의 선구자 리암 길릭의 <워크 라이프 이펙트>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아시아권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리암 길릭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지난 30년 간 그가 발전시켜온 주요 주제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이 전시는 2월 25일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되며, 본관 제1전시실과 2전시실, 미술관 로비, 북라운지까지 확장된다. 미술관 1층 전체가 작가의 작업의 토대를 형성하는 주요 요소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몰입형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워크 라이프 이펙트>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전시의 주제는 ‘일과 삶 간의 복잡 미묘한 긴장과 균형’이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주제, 특히 생산과 관련된 문제, 일의 다양한 양태 및 동시대 추상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탐색을 이어간다.
전시는 디지털과 팬더믹 시대에 우리 일과 삶이 결합하는 양상들, 그리고 그 영향들을 감지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제시한다. 삶과 일 사이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익숙한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때 우리의 인식과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제1~2전시실에서는 크게 5가지의 테마로 작품을 선보인다. 유럽에서 흔히 사용하는 형태의 램프를 사용한 작품, ‘신경망에서 감지되는 행복에 대한 기대’는 움직이는 그림자의 파도를 만들어내며 전시장의 입구를 나타낸다. 전시장 벽면에서 빛을 발산하는 커다란 수학공식들은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에서 발표한, 행복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마치 도시의 야경과 같은 모습으로 관람객을 향해 빛을 발한다.
기존의 가벽이 모두 제거된 전시실에는 두 개의 커다란 건축적 공간이 세워진다. 환하게 빛나는 쇼윈도우같은 이 공간은 사실 유리가 없으며 우리는 쉽게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두 개의 공간들은 작가의 작업이 가지는 두 개의 역설적인 측면, 즉 사회적 삶의 경험과 갈등, 그리고 그것과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추상성을 보여준다.
각각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처 A, B’로 명명된 두 공간 중 첫 번째 큐브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처 A’에는 추상적 형태의 ‘Fin’과 ‘Horizons’ 시리즈의 신작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산업과 건축 분야의 부차적인(secondary) 재료를 사용하는 리암 길릭의 중요한 테마를 보여주고 있다. 건물의 기능적 부속품들은 작가에 의해 추상적 형태로 변모되어 시적으로 재현된다.
두 번째 큐브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처 B’에는 디지털 피아노와 스노우머신으로 구성된 작품인 ‘눈 속의 공장 (우편 배달부의 시간(2007)’이 놓여있다. 피아노에서는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1974년 포르투갈혁명의 시작을 알렸던 민중가요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andola Vila Morena)’가 자동연주 된다.
전시실 너머 미술관 로비와 북라운지에도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입구의 커다란 유리벽에 배치된 텍스트는 작품 ‘개체 관계 맵핑’으로, 우리 삶에서 직접 사용하는 업무용어들이 패러디 되어 혼란스러운 현대적 시(詩)를 보여준다. 로비에 가득한 색색의 벤치들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소개된 이후 발전을 거듭하는 작품이다. 미술관의 부차적인(secondary) 요소로부터 미술관 경험이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라운지 공간은 미술관의 내부과 외부, 관람객과 공원이용객이 마주하는 특별한 영역이다. 작가는 유리창에 자리잡은 작품 ‘마음의 키오스크 광주’에서 관계의 형태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키오스크(임시 판매대)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일과 삶의 관계라는 주제에 오래 관심을 두었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의 팬더믹 상황에서 그 고민은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작가는 2019년 광주를 방문했을 때 중외공원과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풍경은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작용하여 광주를 위한 전시를 만드는데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리암 길릭은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관계의 미학(Relational Aesthetic)의 이론적 성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의 작업에서 관람객은 전시의 일부이며, 작품과 전시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들을 생성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정해진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보다는 ‘끝이 열린’ 가능성의 형태로 제시된다.
광주시립미술관 전승보관장은 “세계적인 거장인 리암 길릭의 전시를 통해 심도 깊은 미학과 수준높은 작품을 감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하고 “팬더믹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지친 시민들에게 이 전시가 명상을 통한 치유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리암 길릭은 “새로운 생활환경을 맞이한 이 시대에는 특히, 복합성과 더불어 파생된 긴장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하며 “이번 전시는 직접 광주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인상이 곳곳에 드러난다. 여러분이 마주하게 될 빛, 여러 추상적 형태들로 채워진 전시 공간이 흥미로운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은 작가가 팬더믹으로 인해 뉴욕과 광주 간 원격으로 준비했던 전시를 확인하고, 전시에 예술적 영감을 제공했던 광주의 시민들을 직접 만나 교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지역의 학생들과 작가들에게 작가로서의 삶과 리암 길릭의 미학을 들려주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북돋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 북구 운암동 하서로 52
062 613 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