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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2021. 10. 15. – 2022. 3. 27.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출발(Départ), 2021, 전구, 130 x 220 cm, 작가 소장

 

부산시립미술관은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 세 번째 전시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전을 개최한다.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진행하는 작가의 국내 최대 회고전이자 작가의 첫 유고전이다. 전시 제목 “4.4”는 그가 태어난 해 1944년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숫자 4가 “死(죽을 사)” 와 발음이 같아 죽음을 상징하는 숫자로 인식된다는 점을 흥미로워 한 작가는 전시 준비기간 중 어렴풋이 자신의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생을 4단계(생로병사, 生老病死)로 나눌 때, 작가에게 지금의 시간은 ‘생의 마지막 단계’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런 맥락에서 작가가 직접 선택한 전시 타이틀이다. 또한, 4라는 숫자 다음에 표기된 마침표는 그의 인생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기표이기도 하다.

기념비(Monument, M002TER), 1986, 금속 프레임, 전구, 300 x 127 cm, 작가 소장

이번 전시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43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지난 7월 14일 타계하기 전, 전시를 위한 작품 선정에서부터 작품 수정 보완 및 공간 디자인까지 마무리하였다. 전시는 본관 3층과 이우환 공간 1층에서 이루어지며 그가 직접 한글로 디자인한 “출발(Départ)”, “도착(Arrivée)”, 그리고 “Après(그 후)”가 출품된다. 이 텍스트는 섹션을 구분하는 단어라기보다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그가 전 생애에 걸쳐 관객에게 던졌던 질문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흔히 그는 ‘쇼아(Shoah)’ 작가라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 내면의 함축적인 메시지인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을 환기시킨다. 예술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꺼내는 것은 언제나 불편한 일이지만 볼탕스키는 그 불편한 진실을 끊임없이 찾아 나간 작가였다.

특히, 볼탕스키는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죽음을 숨길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인식했다. 동양에서 죽음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자본주의 이후 서양 사회에서 죽음은 완전히 부인되고 있었다. 그러나 펜데믹 상황을 초래한 코로나는 우리 곁에 죽음은 늘 존재하며 “죽음은 현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였다. 작가가 생의 마지막까지 깊은 애정을 쏟은 이번 전시는 볼탕스키가 우리에게 던져왔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되돌아 보게 한다.

황혼(Crépuscule), 2015(2021년 재제작),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1944년 9월 6일, 나치에서 해방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대인 혈통의 의사였고 어머니는 작가였다. 작가의 어린 시절은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따돌림을 받으면서 유대인에게 가해지는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였고, 이로 인해 11살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유대인 특유의 가내 교육을 받았다. 파리에 있는 아카데미 줄리앙(Acadé mieJulien)과 그랑드 쇼미에르(Grande Chaumière)에서 짧은 기간 제도교육을 받았을 뿐인 볼탕스키는, 195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쇼아(Shoah)라는 트라우마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접하게 된다. 볼탕스키는 사진, 양철, 옷 등 생활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소재를 작품에 차용하여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사진예술가, 설치작가, 비디오아티스트, 그리고 가장 위대한 프랑스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은 그는 이번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디자인을 모두 마치고 7월 14일 수요일, 76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 해운대구 APEC로 58
051 744 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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