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CLES] LeeSeoul Gallery
2022. 7. 6 – 7. 16
이만수
작가노트
아주 오래전부터 마당을 쓸거나 서성거릴 때 그리고 마당을 나서 어디론가 갈 때에 산들은 자꾸 내 앞에 나타났다. 대관령과 백두대간을 넘어 다닐 때에도 그러하였고 어디를 가더라도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에 산들은 늘 그 자리에 태연하고도 집요하게 펼쳐져 있다. 산 하나를 넘으면 계속해서 다른 산이 나타났으며 끝없이 넘어야 하는 산들이 곤혹스러웠다.
산은 길을 만들고 선을 이루고 있다. 그 길을 따라 생겨났다 사라지는 우리 삶의 모습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 좁은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이 혹은 욕망의 이름으로 이것과 저것, 앞산과 뒷산을 구별하며 살아간다. 어느 것도 분명히 분별할 수 없는 경계 혹은 두 지점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무수히 회전하며 나아간다.
바람이 불어오면 사물들과 몸체 깊숙이 자리한 모든 액체들이 일렁거리며 흐른다.
밀려나게 되는 그 무엇들이 항상 있다는 것은 시간이 혹은 그 무엇이 계속 밀고 올 수 있음의 이유가 된다. 밀려오는 것들과 밀려나는 것들은 구별이 없다. 다만 서로를 의식하고 반영하며 순환과 변화를 반복한다.
꽃이 피고 새살들이 돋는다. 그 웃음과 울음의 소리가 마당을 지나 골짜기를 오르내린다.
이것들은 현실에 대한 우울과 그늘 혹은 위안과 균형이라는 감정적 근원이 되고, 나아가 주름과 리듬으로 스스로를 발효시킨다. 나의 붓질은 이러한 과정을 드러내는 일이며, 늘 혹은 가끔 있는 모습들에 대한 지금의 사유인 것이다.
2022년 7월 이만수
평론
그의 화면은 그대로 우리네 전통적인 마당이다. 그는 화면을 유년의 집 마당으로 설정했다. 바탕은 마당처럼 처리되고 붓질은 빗질처럼 구사되는 한편 마당에 서린 모든 흔적들을 촘촘히 그려 넣고 오려 붙였다. 그는 추억 속의 마당을 화면 위로 불러들여 재구성했다. 조감의 시선 아래 펼쳐진 세계는 자연과 사물, 인간이 바글거리는 기이한 풍경을 선사한다. 마치 산수화에서 접하는 시방식이 납작하게 평면화 시킨 공간 위로 스물 거리며 지나간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내밀한 추억과 인성에서 차분하고 격조 있게 스며 나오는 이런 그림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박영택
작가의 그림은 감각적 현실을 재현한 것이기보다는 관념적 현실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했다. 마당이며 장이며 평면적 조건으로서 배경을 대신한 것이나, 쓸고 닦고 씻어내는 방법론에다가 자기수양이며 수신의 관념적 의미 내지 실천논리를 일치시킨 것이 그렇다. 이처럼 관념적인 그림은 상대적으로 상징이며 표상형식이 강한 편이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상징으로는 대개는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한 큰 물방울과 원형을 들 수가 있겠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물방울은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을 상징한다고 했다. 삶의 희로애락을 압축해놓은 상징이다.
– 고충환
리서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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