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 – 6. 23 | [GALLERIES] Gallery Imazoo
장소연
자연은 언제부터 인공적인 것이 되었는가.
장소연, 부레옥잠, 97 x162.2cm, oil on canvas, 2024
현대 도시 환경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자연은 점차 ‘설계된 자연’으로 대체되고 있다.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의 화단, 공원과 수목원, 동물원과 수족관에 이르기까지 도시 곳곳에 배치된 풍경들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인공적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에게 자연은 이미 연출 된 장면으로 내면화되고 있으며, 장소연 작가의 작업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장소연, 숨청사초, 72.7 x 116.8 cm, oil on canvas, 2022
도시적 환경에서 성장한 작가는 어느 순간 자신이 자연으로 받아들여온 풍경들이 실은 조성된 인 공물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각은 곧 “우리는 무엇을 자연이라 부르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확장되었고, 이는 작가의 관찰과 회화적 실천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다시 마주한 자연의 형상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낯설게 포착되었으며, 특히 부모님을 따라 방문한 산소에서 만난 풀과 가지들의 비정형적이고 불규칙한 형태들은 작업의 주요 모티프 로 자리 잡았다.
장소연, 빕새꼬리선인장, 162.2 x 130.3 cm, oil on canvas, 2024
작가는 수집한 식물 형상들을 일종의 ‘회화적 도감’으로 구축해 나간다. 이 도감은 과학적 분류나 식물학적 지식 체계에 의거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 경험과 개인적 기억의 흐름 속에서 유동적 으로 재구성된다. 작업 과정에서 사용되는 마스킹 기법은 단순한 재현의 수준을 넘어선다. 작가는 형상의 일부를 감추거나 강조하며 화면 위에 선택과 절제를 반복하고, 이를 통해 파편화된 이미 지들이 조형적으로 중첩되고 배열된다. 이러한 ‘절취(cutting)와 재구성(recomposing)’의 과정은 시각적 리듬을 형성하고, 재현의 고정된 경계를 해체하는 동시에 감각적 간극과 층위를 생성하는 회화적 장치로 작동한다.
장소연, Acacia Nurses, 45.5 x 33.4 cm, oil on canvas, 2024
이렇듯 완성된 도감은 과학적 정보의 축적이 아닌, 감각과 기억의 리듬으로 형성된 시각적 기록이다. 동시에 이는 오늘날 인공 자연을 향한 비판적 질문이자,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 리하며 조형하는가에 대한 조용한 성찰로 이어진다.
장소연, 가는막대지기, 162.2 x 130.3 cm, oil on canvas, 2025
이번 전시 《 Herbarium 》은 장소연 작가가 축적해온 자연에 대한 감각적 사유의 집적이자, 익숙 한 풍경 속에서 낯선 감각을 호출하는 회화적 탐색의 여정이다. 관람자는 이 식물도감을 통해 자 연이라는 개념의 경계와 그 인식의 틀을 다시금 성찰하는 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갤러리 이마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20길 12,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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