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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t Blossom

2023. 3. 17 – 4. 26
황도유

황도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4.8 x 24.2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황도유의 그림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 모든 감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하는 단어는 바로 ‘순수함’일 것이다. 황도유가 작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순수한 회화성을 탐구하는 것이고 이전부터 꾸준히 작품의 기반으로 삼아 온 방법론은 ‘일획론(一畫論)’이다. 이는 중국 청초의 승려화가인 석도(石濤)의 회화 이론으로, 모든 것은 한 획에서 출발하여 그 획 안에 우주와 그 너머의 모든 것이 담겨있음을 의미한다. 황도유 작가는 일획론을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다른 도구로 대체할 수 없는 손 그리고 감각에 의탁한 표현을 추구하며 모든 표현을 일획으로 시작하여 일획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황도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60.6 x 40.9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황도유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소녀, 즉 앨리스는 작가가 오래전 받은 기묘한 감회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어느 겨울 아침 친척 여동생들과 산책을 하다가 시골의 물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소녀들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풍경에서 신비로운 인상을 받았고, 그 광경은 작가의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되었다. 풍경 속의 신비로운 소녀들은 앨리스라 이름 붙여졌으며 현재까지도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뮤즈(Muse)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첫 붓질의 흔적을 마지막까지 남겨두려는 작가의 기법 또한 특유의 순수성을 더욱 강조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황도유는 자신의 손을 가장 중요한 도구로 여기며 첫 붓질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붓질 당시 손의 미세한 떨림과 획의 방향, 작업의 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순수한 회화를 추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황도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60.6 x 90.9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이번 전시에서는 황도유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앨리스들을 보다 더 높은 채도와 다채로운 색감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긴 겨울이 끝나고 찾아온 새로운 계절을 축하하듯, 황도유의 캔버스 위에는 환희의 색채로 가득하다. 기존의 앨리스들이 그 모습을 보여줄 듯 말 듯 신비로운 매력을 자랑했다면, 이번에는 그런 기묘한 분위기에 특유의 색감으로 생기와 활력을 더했다. 이 소녀들은 작가 특유의 첫 붓질의 흔적을 남겨 두는 기법과 결합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는 단순히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태초의 야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아마 작가에게 있어 순수함이란 단순히 맑고 고요한 것이 아닌 회화의 근원적 에너지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황도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3.9 x 130.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Innocent Blossom>에서는 이처럼 순수하고 신비로운 소녀들의 이미지에 모든 것이 새로 움트는 계절의 생동감을 더했다. 황도유가 늘 탐구하고 있는 가장 순수한 회화 그리고 이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필수적인 요소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층 더 깊고 다채로워진 황도유 작가의 앨리스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서정아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47길 12
1644-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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