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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개인전

김승연

한국 현대 판화는 60~70년대의 추상 운동에서부터 80년대의 기법적 다양성, 상업성, 회화로부터의 변별력 키우기라는 과정을 거쳤고 90년대 들어서야 전문 장르로서의 본격적 예술 생산체제에 돌입하였다. 김승연 작가는 국내 판화 운동의 3세대 격이지만 그 역할은 바로 판화의 독자성 및 본격 생산 시대의 주역에 해당된다.

김승연의 작업을 시대별로 구분해 보면 우선 80년대까지는 뉴욕 유학시절에 친숙하게 보아왔던 맨하탄의 역사적 건물을 소재로 집중적인 탐색을 보여준 것들이 많다. 현대건축물에서 기능과 형식의 문제를 논할 때 상징적으로 거론되는 기능주의 건축의 집산지가 뉴욕이지만 김승연은 유독 모더니즘 건축물을 피하고 역사적인 건물을 소재로 삼기 시작하였다.

Street Landscape-8905, 1989, mezzotint, 25X32cm,

이 작업은 건축구조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그가 작업에서 강조한 부분은 돌과 돌사이의 이음새와 창살, 건축물이 지면과 맞닿은 자리 등 골격 이외의 것들이다. 따라서 의견으로는 사진과 다르지 않은 덩어리이지만 특정 부분에 극단적인 생명을 불어 넣음으로 해서 전통건축이 보다 활기차고 옛 것이 아닌 오늘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게 된다.

Street Landscape-9002, 1990, mezzotint, 30x40cm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들이 이성적 건축을 통한 명암의 세계를 구축하였지만 김승연은 고전주의 구조나 명암에다가 회화성을 부여하였다. 19세기까지의 회화가 빛과 색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였고 일정한 스케일을 수반하였다면 20세기는 작은 것들의 극적 효과를 생산하는 것으로 방법적인 전환을 시도하였다. 김승연의 「거리풍경(street landscape)」이란 제목의 이러한 작업은 대체로 성당이나 기념과 등 맨하탄 내 19세기 건축물들이다. 그가 역사적 건축물을 작업 대상으로 고른 것은 형식적 특징이 명확하고 차별성이 두드러지면서 아치나 창문 난간 등이 시각적으로 돌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예민한 관찰력이나 감성은 우리의 시각이 머무는 장소를 찾게 되고 미술사의 변천은 바로 시각적 돌출물들의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 전경

이에 비하여 90년대 작업은 뉴욕 풍경을 서울 풍경으로 치환시켜 버렸다. 한 가지 크게 다른 것은 뉴욕 풍경들이 명암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한낮 풍경이라면 서울 풍경은 모두가 야간 풍경이다. 또 건축물도 성당이나 기념관 등 지정된 대상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불특정한 장소를 선정하였다. 80년대가 명확한 대상에의 예시가 담겨 있다면 90년대는 보다 익명적 오브제의 선택이 이루어졌다.

Night Landscape-20082, 2008, Mezzotint, 60X30cm

「야간풍경」이란 제목이 암시하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관념적인 제목은 3가지의 서로 다른 소재들에 의하여 선별된다.

첫째는 병원, 교회, 수퍼마켓 광고판 등에 주안점을 두어 잠자는 도시의 밤이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 연습의 현장, 또는 자본주의의 움직이는 소비문화가 목격된다. 둘째는 주택가에 불규칙하게 솟구친 대형 건물들을 명암으로 살려냄으로써 어둠 속 작은 것들로부터 튀어나온 괴물체로 인식시킨다. 세 번째는 도시의 골목이다. 원래 도시의 작은 골목들은 야간에는 더욱 드러나지 않는다. 대형 건축물의 스카이라인이 골목을 덮고 집단 주거지인 아파트 숲에 가린 골목들은 골목의 존재를 소멸시키기에 충분하다.

Night Landscape-20052, 2005, Mezzotint, 60X30cm

Night Landscape-9712, 1997, Mezzotint, 60X40cm

김승연의 이러한 「작은 창작」은 한편으로는 시적이고 낭만적이나 김승연이 창작해낸 도시들은 어둠이라는 관념을 통하여 망각된 야간 풍경이지만 예술을 통하여 현장을 노출시키고 그것이 최소한의 왜곡을 통하여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풍경이라는 소재가 현대미술의 소재에서 한동안 잊혔지만 김승연은 그 잊힌 것들의 몸체로부터의 새로운 이탈을 시도해 나간다. 풍경을 낭만주의 시대의 지나간 산물이거나 인상주의의 전유물로 보아왔던 태도는 김승연의 작업을 통하여 완만한 재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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