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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락에 봄이 스며들다

전지연 초대전

갤러리세인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며, ‘꽃자락에 봄이 스며들다’라는 타이틀로 전지연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봄은 모든 것이 새롭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작가 작업의 근간인 ‘얼개’의 다양한 색채와 유기적 구조를 통해, 봄이라는 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순환과 희망을 담아내었다. 또한 삶과 자연, 그리고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존재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Flowing-2410(6), 50x50cm, mixed media on panel, 2024

‘얼개’는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를 뜻하는 단어로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건축에서 얼개는 건물의 골조나 구조적인 틀을 의미하며, 문학에서는 이야기의 기본적인 구성이나 플롯을 가리킨다. 예술에서는 형상의 얼개가 작품의 기초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작가에게 ‘얼개’는 유기적인 형태를 가지면서도 서로 얽혀, 연결되고 확장되는 구조로, 삶과 관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하는 매체로 사용된다. 이는 2004년 국립고양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작업하던 시기부터 시작된 개념으로, 부유하는 유기체 같은 형상이 시간이라는 공간 안에서 인간의 삶을 상징하며, 삶의 여정을 담아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얼개의 형태도 변화해 왔고, 삶을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얽히고설킨 이미지에서 단순한 이미지로 변화되고 있다. 즉 얼개는 ‘비움과 채움’이라는 삶의 순환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나이가 들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는 것처럼 얼개의 형태도 자연스럽게 변주되고 있다.

Flowing-2409(1), 44.6×38.3cm, mixed media on panel, 2024

작품 속 색채의 혼재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을 반영한다. 작가는 인간을 다양한 색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며, 출생과 함께 타고난 본연의 색, 스스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색, 그리고 사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흡수하게 되는 색을 작품 속 얼개의 형태로 표현한다. 작품을 시작할 때 보통 노란색 계열이나 푸른색 계열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와 어우러지는 색을 찾으며,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색의 조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한다. 작품 속 색채는 때로는 미묘한 차이로, 때로는 극명한 대비로 표현되며 조화를 이루어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자작나무 오브제는 평면적 형상을 입체적이고 공간적으로 확장하게 한다. 이는 얼개의 개념을 더욱 다차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며, 감각적으로 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자작나무의 형태 속 나이테는 시간의 축적과 존재의 흔적을 상징하며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작나무를 사용한 이유는, 나무의 특성상 나이테 모양이 얼개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관람자가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적인 요소를 지니며, 작품의 방향을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얼개가 창조될 수 있도록 의도하기도 하였다.

Flowing-2502(7) 162.2×130.3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작가에게 ‘관계’는 여러 차원으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는 개념이다. 나와 나 자신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절대자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자신과의 관계가 회복될 때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내면의 안정은 절대자에 대한 신뢰와 사랑 속에서 더욱 견고해진다. 이러한 관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이 얼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며,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작품에서 돌가루를 사용하는 것은 시각적인 무게감과 삶의 무게를 더하기 위함이다. 시간이 흐르며 변형되는 돌가루의 물성은 삶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흔적과 같으며, 무수한 작은 입자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방식은 존재의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불규칙한 색의 층위와 경계를 돌가루라는 자연의 요소를 통해 더욱 유연하게 만들며, 불완전함 속 균형을 표현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꽃자락’은 단순한 꽃잎이 아니라, 섬세한 부분을 가리킨다. ‘봄’은 만물이 깨어나고 따스한 대지의 기운이 올라오는 생명과 변화의 계절이다. 꽃자락에 봄이 스며든 듯한 색감과 형상으로 생명이 서서히 자연스럽게 퍼지는 섬세한 감정과 내면적인 울림을 감각해보며, 따뜻함을 작품을 통해 느껴보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의 얼개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얼개와 봄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해 보기를 기대한다.

갤러리세인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503 한성빌딩 204
+82 2-3474-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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