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9 - 12. 28 | [GALLERIES] SUN GALLERY
선화랑(원혜경 대표)에서는 2024년 11월 29일부터 12월 28일까지 송지연(b.1981) 작가의 전시를 개최한다. 선화랑에서는 2015년 첫 전시 ‘그곳을 바라보다’와 2018년 두번째 전시 ‘One’s home’에 이어 세번째로 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도시 풍경과 더불어, 지난 겨울 체류했던 제주의 생활 중 바라보았던 제주 풍경의 신작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바다와 그 주변 풍경 등 제주 일상에서 관찰되는 자연을 작가 특유의 두껍고 거친 질감 위에 겹겹이 쌓은 색채로 또 다른 감성을 표현해 내었다.
Installation view 1
송지연 작가의 작품 화면 속 큰 특징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대한 인상과 두텁고 거친 투박한 질감에 있다. 그녀의 작업은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해온 도시를 매개체로 하여 자신의 삶과 환경의 유기적 관계를 주로 보여준다. 작가의 화면에서 볼 수 있듯,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 수많은 붓질을 통한 안료의 축적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여정을 담은 시간의 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송지연의 도시 풍경은 “바라보다” 타이틀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도시를 바라보기 위하여 높은 조망점을 찾거나 도시 내부를 순례하 듯 걷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공간에는 랜드마크적인 모티브가 등장하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그리고 비교적 넓은 일상의 표정들이 담겨져 있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거대한 서사를 담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들의 정서에 다가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Installation view 2
작품의 양식 면에서 볼 때 송지연의 작품은 도시의 모습을 표현하되 먼 거리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유지함으로써 대상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해체하고 흐리게 만들어 회화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채색을 하되 모노톤에 가까운 어두운 바탕에서 점차 밝은 톤으로 겹쳐 올려진다. 이러한 화면에서 색채는 기본적으로 사실적인 색채를 의도적으로 약간 비껴감으로써 분위기와 색상의 미묘함을 이끌어내고 이로 인해서 관람객들이 화면으로부터 재현적 풍경을 넘어서는 깊은 미감과 회고적 사유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 자연 풍경에 비하여 도시 풍경은 목가적 서정성이나 낭만적 정취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도시 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도시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자연일 수 있을 것이다. 송지연은 이러한 의미의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바라보고 사유하여 작품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Installation view 3
지난겨울에 작가는 도시를 벗어나 제주도에서의 한달살기에 나섰다. 섬인 제주는 대부분 바다와 특수한 자연 지형이 돋보이는 요소로 둘러싸여 있지만 작가가 머무른 일상의 장소는 제주 안에서도 도심과도 유사한 환경이었다. 송지연은 관광객도 바다의 어민도 어느 농장의 농민도 아닌 제주도에서의 도시민으로 한 달 살기를 했다. 제주도는 섬으로 다른 육지와 달라 당연히 바다가 보이고 산도 보이고 들판도 있지만 도시인으로 살기는 다른 어느 곳의 도시인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제주 자연의 매서운 바람과 비 그리고 많은 눈이 도시인인 작가에게는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제주 거주지의 따뜻한 방과 가족 그리고 흐르는 시간이 작가를 이완시키고 안심시켜 주었던 것처럼 꼭 다른 환경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음을, 다르지 않음을 작가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동일하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색은 좀더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감으로 그려졌다. 겉으로 드러난 최종 색은 파스텔 톤의 색으로 정재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낯선 두려움 그리고 설레는 마음이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4
이러한 방법으로 풍경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풍경으로부터 추억과 기억을 되불러오고 그 과정을 통해 지나간 시간의 의미를 반추한다. 햇빛에 표백된 듯한 인상을 주는 풍경의 표정은 마치 낡은 흑백사진에 담긴 시간의 두께처럼 관람객의 회고적 감정을 자극한다. 송지연의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것은 도시라는 공간과 그 속의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꾸밈없는 시선과 표현 때문일 것이다. 과밀 도시의 꽉 들어찬 집들로 구성된 화면은 자칫하면 시각적 위안을 구하는 관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상에 대한 송지연의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시선과 작가로서의 기법적 숙련성을 통해 도시공간의 표정과 이야기를 과장 없이 잘 표현해 줌으로써 관람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공감하고 작가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제 작가에게 도시는 삭막한 곳이 아니다. 현대사회의 발전으로 어느 지역이든 점점 도시화 되어 있고 우리는 그곳에 살고있다. 오히려 도시는 이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위안을 얻기도 하는 고향과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방법으로 도시를 선택했고,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삶을 바라다보는 다양한 시점과 색의 변주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자신의 화폭에 새로운 시도를 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송지연 작가의 작품들을 바라다보면서 우리 또한 자신의 삶과 환경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선화랑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8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