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4 - 10. 26 | [GALLERIES] gallery NoW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2024, 202 x 87 x 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순수한 빛을 연구해온 황선태의 이번 선택은 ‘빛 자체가 지닌 존재성’에 관한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크게 빛, 간유리, 선으로 구성된다. 규정되지 않은 재료들이 만나 ‘치유의 가능성’을 선사하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유동성(運動性)’이 있다는 뜻이다.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을 ‘공간설치-유리조각-유리사진-빛’의 깨달음으로 옮겨온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해 오늘에 다 달았다. 독일에서 실험조각을 선보이면서도 놓지 못했던 ‘유리’는 결국 물리적 개념을 뚫고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작가는 스스로 설정한 물리적 벽을 깨고 나와 ‘생동하는 주체’와 만나라고 손짓한다.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을 비판하고 반성함으로써, 진정한 치유와 평안의 빛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빛의 기운, 균형_색(balance color)으로 치유하라!
빛이 드는 공간, 2024, 101 x 79 x 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유리창을 관통한 햇살 사이로 우리는 다양한 시간을 경험한다. 해질녘 노을이 실내로 내려앉는가 하면, 따스한 햇살이 코끝을 간지르며 보는 이를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의 빛을 현대로 옮겨온 듯한 작품들은 ‘유리가 중화시킨 균형색(The balance color neutralized by glass)’에 의해 눈이 느끼는 가장 편안한 기운 안으로 보는 이를 초대한다. 샌딩한 강화유리(간유리) 사이에 들어앉은 간략한 선, LED 조명과 만난 ‘생동의 빛’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전체로까지 ‘치유의 기운(Healing Wavelength)’을 확산시킨다. 작가에게 중요한 요소는 ‘최소한의 것만 남기는 행위’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단순한 이미지를 선으로 구현함으로써, 복잡한 일상을 정리하고 근본적인 삶의 깨달음 안으로 우리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빛은 생동하는 기운을 주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작품은 감성을 넘어 ‘있음’이라는 실체에 다가간다. 이 안에서 가상과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 빛이 드는 공간, 그 안에서 빛은 보이지 않는 변화의 속성까지 끌어안는 ‘생명의 근원’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빛이드는 공간, 2024, 50 x 67 x 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작가는 2004년 독일에서 졸업작품전을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을 빌렸다. ‘폐가’라 할 수 있던 죽은 집도 세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음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벽에 문고리를 달아 서서히 아래위로 움직이는 첫 번 째 방, 그 안에서 벽은 안과 밖 모두가 될 수 있었다. 작가의 깨달음은 이심전심(以心傳心)하는 타자적 사고를 통해 확장되었다. 물잔 하나가 놓인 두 번째 방, 물잔 속의 물이 숨 쉬듯 오르내리면서 우리는 고정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약간 기울어진 세 번째 방은 절대적 논리에 대한 상대성의 가치에 주목하라는 깨달음을 준다. 선원근법이 보여준 재현 가치에 대한 기준을 허물고, 판단 기준의 다각화를 연 계기와 만난 것이다. 그래선지 작가의 작품들은 ‘자연(自然)’ 안에서 스스로 관상 되는 ‘지극한 자연스러움’을 형상화한다. 이른바 유리의 본질이 빛과 만나면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들을 작품 안에 담게 된 것이다.
빛이드는 공간, 2024, 50 x 67 x 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나의 선(線)은 일종의 텍스트다.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선을 도구화한다. 선이 표현이라면, 빛은 감정이다. 간유리는 이러한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통로이자 매개체이다. 노을의 빛은 생명이 꺼지기 전의 모든 색을 보여준다. 반면 아침의 빛은 투명하고 순수해 사물의 존재를 드러낸다. 빛이 있기에 있음과 없음이 의미를 갖는다. 유무(有無)란 우주의 조화이자 변화가 아닐까. 그러므로 밤낮의 변화, 인간과 만물의 생로병사, 춘하추동의 변화 등이 관상 된다. 빛을 찾는 여정, 작가가 재료를 통해 존재가치를 찾듯 감상자들도 자신을 긍정하게 하는 편안한 감상과 만나기 바란다.”
황선태, 작가 인터뷰 중에서 (2024.8.30)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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