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 - 5. 31 | [GALLERIES] gallery NoW
김덕용
화양연화, 100x96cm, Mixed meadia mother of pearl on wood, 2024
김덕용, 연결과 순환의 한국미-‘세밀가귀(細密可貴)’
“나전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細密可貴)” –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高麗圖經)』 중에서
세밀가귀라는 고려 나전(螺鈿)의 세련됨이 ‘완벽한 기량’과 ‘자연미감’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삭힘의 자세를 통해 작품에 안착된다. 김덕용은 이를 “세월의 결로 새기는 한국적 아름다움”이라고 평한다. 나무의 결이 자연스러운 시간 속에서 생성되듯이, 담백하게 발현된 ‘시간성의 발효’는 고려장인의 섬세함을 타고 천년 뒤 김덕용의 오늘과 만난다.
결-순환, 160x140cm, Mixed media(Mother of pearl) on wood, 2023
작가는 “한결같다”는 말을 좋아한다. 흐르는 물(流水)이 과거-현재-미래의 레이어로 연결되듯, 작품은 고려 시대 최고 미감을 바탕삼아 가장 현대적인 매체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최근 작가의 여러 작업을 혼성모방한 사례들이 적잖이 목도되지만, 김덕용의 작품을 눈여겨 본이라면 한국적 세계관과 완성도에서 모방하기 어려운 ‘최고기량과 곰삭듯 녹아든 미감의 깊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나전이 자연의 여러 문양들을 패턴화 했다면, 김덕용의 작품은 고른 표면 위에 현대적인 추상과 구상의 단면들이 정확한 배열과 단청 채색 등을 겸비하면서 조화된다. 옻을 기반한 자개-알 껍질-금박과의 조화 등까지 김덕용의 작품들은 고도의 기술과 동시대 미감이 겸비된 ‘최고기량의 조화미’라고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미감 사이의 조화는 끊고 마감해 연결하는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확장된다.
차경-관해음, 100x140cm, Mixed media mother of pearl on wood, 2024
작가의 작품은 크게 순환의 결을 연결하는 ‘관계 중심’의 키워드와 무한대의 공간을 제한적 재료로 개성화한 ‘차경(借景)-time and space’ 시리즈로 나눌 수 있다. 오랜 나무판에 올려낸 인물들 또한 한국의 자연을 ‘생의 미학’으로 올려낸 구수하고 깊은 맛을 담았다. 나무판에 연결된 ‘세밀가귀의 위엄’은 자연의 조화미를 현대적 공간으로 옮겨 ‘한국적 피막을 생성하고, 자개와 나무, 재를 활용한 독특한 작품’으로까지 연결된다. 순환하는 우주를 보는 듯한 김덕용의 작품들은 “인간의 유한성에도 불구하고, 영속되게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담는다. 추상과 구상을 구분하기보다, 한국적인 소재와 전통 재료를 초석삼아 정신의 깊이를 좇아 ‘나의 시간과 공간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작가의 작품들은 여러 은하계가 우주라는 무한대의 에너지로 연결되듯 ‘차연(差延, différance)’의 방식을 좇는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이 해체와 지연이라는 상반적 언어의 결과값(Result Value)이라면, 김덕용의 방식은 순환하면서 개별화되는 “여러 마음의 방”을 하나의 연재처럼 연결한 더욱 넓은 차원의 종합화를 의미한다. <차경(borrowing landscape: 자연에서 빌려온 경치)> 시리즈에 등장하는 바다, 별들의 궤적을 그린 <우주(宇宙)>, 유희하듯 어우러진 <상서로운 산수> 시리즈 등은 ‘순환하면서도 연결되는 귀한 미감’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동양화라는 전공에서 찾기 어려운 대중적 매개체를 ‘한국미의 다채로운 재해석’ 속에서 결집해온 작가는 동서고금의 미감을 종합하는 ‘최고기량의 조화미’를 실험하면서 한국미를 하나의 순환미감 속에서 실현하고 있다.
“한국의 미는 담백, 절제, 발효, 숭고, 그리움….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비빔밥같은 조화의 미학이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에서 근원의 그리움을 찿아가는 결의 순환인 것이다.” – 김덕용 인터뷰 중에서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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